이사할 집을 계약했다. 전세다. 재개발 지역이어서 집을 비워야 했다.
재개발 호재에 이주 세대가 쏟아져 나오니 주변 집값이 덩달아 뛰었다. 전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평수는 줄였지만 비용 부담이 커졌다. '울며 겨자 먹기'였다.
계약을 앞두고 부동산 전자계약이 떠올랐다. '전자계약을 이용하면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할인 받고 등기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확정일자가 자동 신고돼 주민센터를 방문할 필요도 없다.' 수차례 기사를 써 온 터였다. 간만에 기자 직업 덕 좀 보나 했다.
담당 공인중개사에게 전자계약을 요구했다. 답변은 기대와 달랐다. 되레 전자계약이 뭔지 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 부동산에도 확인했다. 대답은 같았다.
전자계약이 안 되는 이유를 물었다. 사용법을 모른다고 했다. 어떤 혜택이 있는지도 몰랐다. 당연히 임차인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알지 못했다. 전자계약을 물어 보는 사람은 처음이란다.
국토교통부 전자계약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서비스 제공업소를 찾았지만 우리 동네에는 없었다.
부동산 전자계약이 서울 전역으로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8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기준 부동산 전자계약은 7580건만 이뤄졌다. 그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토지주택공사(SH) 등 공공 부문이 7007건으로 93.4%를 차지했다. 민간 부문은 573건에 불과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간에서 전자계약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인중개업자가 외면하기 때문이다. 혜택은 적고 실거래가가 자동 신고되기 때문이다. 중개인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물론 제 때 신고하지 않아 발생하는 과태료 부담을 덜 수는 있다. 그러나 제때 신고하면 아무런 이득이 없는 셈이다. 전자계약용 태블릿PC 구입 비용도 부담이다.
문제는 임차인이 받아야 할 혜택을 못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도하는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 강화도 요원하다. 당근과 채찍이 없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