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전자주총시대 열렸다…기업 투명경영, 소액주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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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다.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고 모바일 전자투표가 시행되는 첫해다. 제도 변화와 함께 주요 그룹이 앞 다퉈 투명 경영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소액주주 권리 강화도 모색한다. 형식과 내용 모두 기존과 다른 주총 시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주요 상장사들이 투명 경영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모바일 전자투표를 통해 주주 권리 강화도 추진한다.

올해 주총을 관통하는 화두는 '투명 경영'이다. 기업 투명성 제고와 지배 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응하려는 노력이다. 중립 성향의 사외이사 및 외부 감사인 선임, 투명경영 전담 조직 신설 등이 대표 움직임이다.

최순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기업 경영진의 투명 경영 의지도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이사회 역할 강화와 위원회 도입 등으로 기부할 때도 투명한 의사 결정 체계를 갖출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등 이사회 중립성 강화를 시도한다. 이번 주총에서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벨연구소 사장 등을 역임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김 교수는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지냈고, 박 교수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연구 업적을 쌓은 반도체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도 분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주주 권익 강화를 위해 국내외 일반 주주로부터 추천을 받아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올해 현대글로비스를 시작으로 기존의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계열사별로 새 제도를 도입한다.

주총 형식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주총이 열리는 장소에 주주들이 모여 의결권을 행사했다. 정족수에 미달하는 의결권은 섀도보팅 제도를 통해 해결했다. 소액주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했지만 전혀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그동안 의결 정족수 채우기를 도와준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의 단점을 보완, 더욱 편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모바일 전자투표 시스템도 도입했다.

SK, CJ, 한화그룹은 동시에 실시하던 계열사 주총을 최대한 분산 개최해서 소액주주 참여 확대를 유도한다. 이들 그룹은 일부 계열사에 전자투표를 선도 도입하고, 점차 전 계열사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타 그룹들도 전자투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자투표제 활성화를 위해 소액주주 참여가 요구되는 만큼 예탁결제원이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정부 차원의 참여 독려도 한다.

일각에서는 새 제도 도입에 따라 주총에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소액주주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섀도보팅 폐지 유예 기간을 3년 뒀기 때문에 기업들이 준비를 해 와서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주주들의 주총 관심과 참여 제고는 장기 과제”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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