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54>평창에서 배운 깜짝스타 발굴

Photo Image

“우리가 자랑스럽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진주보다 빛나는 눈물에 담긴 선수의 말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종목에서 신화를 쓴 그의 한마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일요일 정보기술(IT) 강국임을 보여 주는 환상의 폐회식과 함께 17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눈꽃과 얼음조각 사이를 누비는 묘기도 장관이었지만 역시 올림픽의 꽃은 우리 모두를 흥분시킨 깜짝스타 등장이었다. 생소한 경기인 스켈레톤을 각인시킨 '아이어맨' 윤성빈과 대한민국을 열광케 한 '팀 킴' 여자 컬링 대표팀은 군계일학이었다. 특히 한국 여자 컬링팀의 결승 진출 과정은 2002년 4강 신화의 월드컵 축구팀을 연상케 했다. 경기마다 만들어 내는 기적으로 '컬링이 곧 킬링(killing)'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1700여명인 우리나라 컬링 인구가 얼마나 늘지가 관심이다.

Photo Image

우리나라 산업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만큼이나 많은 깜짝스타가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자율자동차, 로봇, 게임, 스마트의료,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팀 킴'을 바라는 건 국민의 염원이다. 그러나 스포츠와 산업에서 깜짝스타는 우연히 등장하지 않는다. 오랜 훈련과 난관 극복, 적시에 펼쳐지는 경기(시장)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선 스타가 될 만한 실력을 갖춘 선수가 있어야 한다. 스포츠에서 실력이 승리를 보장하는 필요 조건인 것처럼 일등 독식의 4차 산업혁명 경기장에서 소프트웨어(SW), 정보 보호,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기술이 경쟁 척도이기 때문이다. 구글, IBM, 애플 등 실력파가 실리콘밸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올림픽 경기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지 않으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없는 것처럼 스마트하고 기술력 있는 벤처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

대부분 깜짝스타는 이야기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여러분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훈련도 고되지만 극복해야 할 어려운 여건이 많았음을 시사한다. 성공 신화를 쓴 벤처들의 이야기와 일치한다. 2006년 의성컬링센터 건립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한 선각자들의 지혜다. 컬링을 위해 선투자한 경북도가 마중물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우리나라 벤처계에도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우리나라 정부도 인기 종목 지원이라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 깜짝스타를 육성할 종목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론 선택 실패의 책임을 면해 줄 수 있는 정부와 국민의 여유도 필요하다.

Photo Image

스포츠 깜짝스타들이 올림픽 경기에서 출현되는 것처럼 산업 깜짝스타는 시장에 있다. 시장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향상되고, 경쟁하는 시장 모습에 고객이 주목하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돼 깜짝스타들이 더욱 주목받은 것처럼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와 함께 정책이 동반되면 금상첨화다.

컬링에서 '영미와 친구들'이 몰고 온 열풍이 어떻게 발전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불모지이던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초 여고생 스타 이상화의 출현으로 스피드스케이팅 메달 국가가 된 경우가 재현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대한민국 산업도 속출하는 깜짝스타들과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실력 있는 벤처가 마음껏 경기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그들과 함께 산업이 성장하는 미래가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만큼이나 간절하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