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CT와 '평화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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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우리 젊은이들의 스토리가 감동이다. 최민정 선수가 같은 동네 사람인 이유만은 아니다. 자기 시장님 자랑하는 김아랑 선수나 심석희·김예진 선수, 앳되기 짝이 없는 이유빈 선수 등 이들의 팀워크와 해맑음이 좋았다.

온갖 부상을 딛고 첫 금메달을 안긴 임효준 선수는 귀감이 될 만하다. 스킵 김은정을 비롯해 김영미·김선영·김경애 등 의성 마늘소녀 '팀 킴(Team Kim)'의 정돈된 열정이나 이상화 선수의 아름다운 은메달이 그랬다.

올림픽은 깜짝 드라마였다. 한두 달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는 '전쟁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화염과 분노, 전쟁과 폐허의 공포라는 단어가 난무했다. 떠나지 않는 악몽이었다.

훈풍이 불었다. 여자 하키팀이 기적처럼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다. 북측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이 연이어 오가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 선수에게 자리를 양보한 선수들의 헌신도 아름다웠다. 올림픽을 보는 국민들은 비로소 마음을 놓고 웃기 시작했다. 낯선 컬링이나 스켈레톤을 즐기고 또 이야기했다.

평화란 그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평화란 그렇게 전쟁과 공포를 몰아낸 자리에 온다. 다시 평화를 맛본 기억이 그 공포를 물리치게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우리가 맛본 평화를 어떻게 지켜낼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단지 전투를 잠시 중단하고 있을 뿐이다. 남북 간 비무장지대(DMZ)는 65년째 버티고 있다.

세계에는 26개 DMZ가 있었다. 쿠웨이트·이라크 지대나 시나이반도, 키프로스처럼 지금도 여전히 철옹성인 것도 16개나 있다. 분계선은 점차 사라졌다. 평화가 공포를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을 갈라놓은 베트남의 17도선은 지워졌다. 동·서독을 갈라놓은 경계선도 사라졌다.

분계선이 사라진 곳에도 전쟁의 공포는 여전하다. 세계의 분계선 곳곳에는 무차별하게 뿌려진 지뢰가 존재한다. 지뢰가 존재하는 그곳에는 아직도 분단이 존재한다. 지뢰는 시간이 지나도 공포감을 주는 존재다. 지뢰는 사람도 차도, 심지어 동물도 살아남기 어려운 불모지를 만든다.

남북이 진실로 평화를 원한다면 군사분계선 안쪽에 살포된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에 먼저 나서야 한다. 비핵화가 어렵다면 양국 간 공동으로 지뢰 제거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해 DMZ를 평화 공존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희망도 존재한다. 독일 분단 시절에 동독과 서독 경계 지점에는 그뤼네스반트라는 길이 1393㎞의 DMZ가 있었다. 무게 70만톤의 철조망이 쳐지고 850개의 감시탑이 세워져 있었으며, 130만개의 지뢰와 6만개 부비트랩이 매설돼 있었다. 독일은 통일보다 지뢰 제거를 먼저 택했다. 1987년에 양국 정부는 지뢰를 제거했고, 3년 후 통일했다. 서독과 동독 사이를 가르는 분계선은 유럽 최대의 자연 보호 구역이 됐다. 죽음의 선이 생명의 선이 된 것이다.

통일은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통일을 하겠다면, 공존하겠다면 남북이 앞 다퉈 평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전쟁 무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위한 기술이다. 우리의 앞선 정보통신기술(ICT)을 평화에 적용하면 문제 해결이 쉽다. 드론, 로봇, 인공지능(AI), 탐지 기술을 이용하면 분계선에 뿌려진 지뢰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전쟁을 일으키는 기술이 아니라 전쟁을 없애고 치유하는 기술이다. 수출도 가능하다. 나아가 그 기술을 가르치고 확산시키는 교육 사업도 가능하다. DMZ 한가운데에 '평화기술연수센터'를 건설,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려는 나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기술을 교류할 수도 있다.

이한주 가천대 부총장 jopele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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