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택의 과학국정]<8> 음지문화 양지문화

Photo Image

평창 동계올림픽이 17일 동안 진행된 경기를 마치고 화려한 막을 내렸다. 5개 측면에서 성공한 올림픽이다. 우리 국민이 최민정, 이승훈, 임효준, 윤성빈, 김아랑, 김은정 등과 전 세계 지구촌 축제로 즐긴 '행복올림픽'이었다. 이 기간에 남북간 고위급 대화가 이뤄지고 남북 공동 입장과 응원, 단일팀 출전 등으로 '평화올림픽'이 치러졌다. 고조되던 동북아 긴장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미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은 남북 단일팀의 노벨평화상을 촉구했다. 각국 정상외교가 이어진 '외교올림픽'이 됐다. 기네스북에 오른 개회식 드론영상과 최고급 빙질, 정밀 비디오판독 등으로 '과학올림픽'이 됐다. 그리고 14조원이 투자되어 직·간접 경제효과가 65조원 이르는 '경제올림픽'이 됐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개회식 드론은 우리 기술이 아닌 인텔 것이었다. 고난도 기술도 아닌데 국산으로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구하기 어렵다던 관람표와 숙박시설은 남아돌기도 했다. 자원봉사자와 안전요원은 추위와 노로바이러스에다 대한체육회 임원의 '갑질'에 시달려야 했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이들 자원봉사자와 안전요원을 각별히 챙긴 이유다. 일부 국회의원의 특권의식도 문제였다.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빙상연맹의 구태가 드러났다. 올림픽이 국내정치 공세의 대상이 된 것도 안타깝다. 손님인 북한 방문단을 반대한 시위는 성숙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국제 행사를 치를 것이다. 화려하고 밝은 '양지문화'와 어둡고 소외되기 쉬운 '음지문화' 가운데 우리는 어느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까. 전자에 치중하면 후진국이고 후자에 신경 쓰면 선진국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성경륭 위원장을 중심으로 포용 사회, 포용 경제, 포용 안보로 이어지는 '포용국가'를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목표로 제시했다. 음지문화에 대한 관심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성찰에서다.

우리가 그동안 성장 지상주의, 경제 만능주의, 국방안보 우선주의에 치중해 외견상 경제와 국방의 경우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넘보게 됐다. 그러나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환경오염은 심해졌다. 안보의 4축 가운데 외교, 정보, 통일 부문은 다소 취약하다. 경제와 국방 자체도 체질이 허약해서 외부 변화에 민감하다. 우리 사회가 양지문화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과거 안전기획부조차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 했다.

성숙한 선진사회는 음지문화를 중시한다는 것이 필자가 20여개 국가를 돌아보며 관찰한 결론이다. 이는 잘 보이지 않는 것, 드러나지 않는 것에 관한 것이다. 화장실을 보면 그 집이나 회사가 잘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아파트에서 하수구 냄새가 나지 않아야 로열층이다. 정화조 냄새가 나지 않아야 좋은 동네다. 길거리에 쓰레기와 개똥이 없어야 좋은 도시다. 20%에 이르는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도 줄어야 선진 경제다. 지하공동구까지 신경 써야 안전한 나라다. 공동묘지에서 결혼식 올릴 수 있어야 선진국이다.

소박하고 세세한 것을 처리하는 음지문화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더 잘할 수 있다. 공원·도서관·하수도·정화조 관리, 청소, 쓰레기 처리, 경제·사회적 약자보호, 기초교육, 보건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11%나 되는 상수도 누수율은 음지 문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취약 시간대의 불법 오폐수 방류나 매연가스 배출도 음지에서 행해지는 일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음지문화를 중시하는 지역선수를 뽑아서 우리도 생활 선진국이 돼보자.

영원한 음지는 없다. 음지에 있던 컬링, 스켈레톤, 스노보드는 이제 양지로 올라섰다. 3월 9일부터 열흘동안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열린다. 화려한 올림픽보다 관심이 떨어지기 쉽다. 그러나 장애인이 대우받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패럴림픽에도 올림픽 못지않은 성원이 필요하다. 이번에 우리 선수가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즐기듯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좋았다. 국민도 이제 메달 수보다 과정을 더 중시한다.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지고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1위로 들어온 것은 금메달보다 더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패럴림픽에서도 재현되기를 기대한다.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ctrim@gist.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