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퀄컴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체 간 인수합병(M&A) 전쟁이 3각 구도로 격화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 20일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 제안가를 종전 380억달러에서 440억달러(47조2천500억원)로 16% 상향조정했다.
그러자 지난해부터 퀄컴 인수를 호시탐탐 노려온 싱가포르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곧장 반격에 나섰다. 퀄컴이 NXP 인수로 몸값을 끌어올리며 브로드컴 입장에서는 덩치가 커진 퀄컴을 인수하는 데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하루 만인 21일 성명을 내고 “퀄컴의 NXP 인수 가격이 부풀려질 수 있다”며 “퀄컴 이사회가 주주들의 최상의 이해관계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브로드컴은 퀄컴에 제안했던 인수 가격을 4% 내린 1170억달러(약 127조원)로 하향했다.
퀄컴도 즉각 공세에 나섰다. 같은 날 낸 성명에서 퀄컴은 “브로드컴의 인수가 하향은 부적절한 제안”이라며 “NXP 인수로 퀄컴 주주들에게 제공되는 가치가 올라가는데도 브로드컴은 더 나쁜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퀄컴과 브로드컴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출 규모 세계 4위인 브로드컴이 3위인 퀄컴을 10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퀄컴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된 가치”라며 거부했다. 이어 이달 인수가를 1210억 달러로 상향한 브로드컴의 두 번째 제안도 퇴짜를 놨다.
NXP 주주들은 두 공룡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사이 어부지리로 이익을 얻게 됐다. NXP 주가는 21일 현재 주당 125달러를 웃돌아 지난주 종가 대비 4% 가까이 올랐다. CNBC 방송은 “브로드컴은 NXP 주주들에겐 영웅이 됐다”면서 “브로드컴이 수개월째 퀄컴 인수를 노리면서 NXP 몸값이 올라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반도체 대기업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려는 것은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반도체 가격을 낮추려는데 맞서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