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강화하기보다 가상화폐 거래 정상화가 자리 잡도록 지원하겠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오찬간담회에서 한 발언 때문에 관련 업계가 술렁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꾼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최 원장은 “(비트코인 가격이 확 내릴 것이라는 데) 내기해도 좋다”는 확신에 찬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가격과 관련 기업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600만원 선까지 떨어지던 비트코인 시세는 21일 1300만원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정부 규제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러나 정부 입장이 달라졌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최 원장의 발언은 '정상 거래를 유도하는 건 인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 당국 차원의 규제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광범위한 가상화폐 거래 허용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바로 이튿날 '무늬만 가상통화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오히려 규제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 금감원은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거시감독국을 금융감독연구센터로 확대 재편하고 빅데이터 분석팀도 신설했다. 그동안 '투기'로만 보던 가상화폐를 새로운 현상으로 여기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한때 정부 당국자가 투기 열풍을 막기 위해 거래소 폐지까지 언급했다.
가상화폐를 포함한 블록체인 관련 시장이 '돈 놓고 돈 먹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1.0 기술,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까지 가능한 블록체인 2.0 기술로 각각 이어졌다. 이런 블록체인 기술은 은행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로까지 광범위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 한국은행은 블록체인 기반의 은행 간 자금이체 서비스 모의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아직 효율성과 복원력은 떨어지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실제 금융 서비스 가능성을 확인했다. 가상화폐 관심이 블록체인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금융 당국의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 입장이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정부 당국자의 발언은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