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아이언맨과 우주를 향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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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직 광주과학기술원 기계공학부 교수.

평창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윤성빈 선수. '아이언맨'이 새겨진 헬멧을 쓰고 시원한 금빛 질주로 설날 아침에 온 국민에게 짜릿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제 아이언맨이라 하면 '토니 스타크'보다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이 먼저 떠오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언맨은 본래 미국의 마블코믹스사의 만화에 1963년 처음 등장한 슈퍼히어로 캐릭터다. 부유한 사업가이자 천재 공학자로 묘사된 아이언맨은 동시대를 살다 간 다재다능한 백만장자 하워드 휴스를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스의 삶은 '에비에이터'(2004)라는 전기 영화로 제작된 적도 있다. 에비에이터는 18세에 이미 물려받은 재산으로 백만장자의 위치에 올랐음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세계 일주를 기록한 파일럿이자 휴스항공기 회사의 설립자일 정도로 비행에 대한 꿈을 안고 도전한 인물이다.

2007년부터 스크린으로 옮겨져서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언맨은 현실판 '토니 스타크'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를 모델로 그려진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지금껏 보여 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기업가로서의 삶은 짧은 지면으로 소개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지만 머스크는 현실판 아이언맨, 행동하는 천재, 포스트 스티브 잡스 등으로 수식되며 꿈과 도전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고 테슬라·스페이스엑스·솔라시티 등 현재 지구상의 최고 혁신 기업들을 이끌고 있다.

머스크의 기업가정신은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는 목적'이라 일컬어지는 대변혁의 목적(MTP)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대표된다. 테슬라와 솔라시티를 움직이는 MTP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것이고 스페이스엑스의 MTP는 인류가 다행성 종족이 되도록 돕겠다는, 즉 인류의 화성 거주를 이뤄 내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지도자나 연구기관이 아니라 기업가정신이 있는 개인이 인류의 미래 존속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꿈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말로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기술 구현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지금의 성공한 모습을 보면 2002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해 2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손에 쥔 이후로 모든 것이 순탄하기만 하던 백만장자의 삶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자신이 남긴 말 “만일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충분히 혁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와 같이 그에게도 절망에 이르던 시련이 있었다. 2008년 스페이스엑스의 팰컨-1은 세 번째 발사 실패였고 테슬라는 자금이 바닥난 데다 솔라시티는 투자를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던 시기에 머스크는 이혼을 겪었고, 빚을 얻어 생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마지막 한 푼까지 투자를 계속, 결국 지금의 성장까지 이끌어 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며칠 전 케네디 우주센터에서는 무려 64톤의 화물을 우주로 올릴 수 있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 헤비 로켓 발사가 성공리에 이뤄졌다. 재사용이 가능한 팰컨-9 로켓 3대로 묶여 구성된 팰컨 헤비는 이번 첫 시험 발사에서 머스크가 타던 빨간색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탑재해 화성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내는 기발한 이벤트를 실현했다. 이뿐만 아니라 양쪽의 두 로켓은 마치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지구에 착륙하듯 지상으로 동시에 회수되는 장관을 연출했다. 팰컨 헤비의 시험 성공으로 최대 탑재 능력의 기존 발사체보다 탑재 중량은 2배이면서 발사 비용은 4분의 1에 불과한 경제성마저 갖춤으로써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대장정의 큰 획을 긋게 됐다.

다시 스켈레톤의 황제 아이언맨 이야기로 돌아가자. 윤성빈 선수가 2년 전 스위스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당시 무명의 한국 선수가 우승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주최 측에서는 국가를 미리 준비해 두지 못해 시상식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는 아직 세계가 주목하지 않는 연구개발(R&D)의 현장에서 자력의 우주 탐사를 위해 한국형 발사체를 밤낮으로 개발하고 있는, 곧 세상을 놀라게 할 아이언맨들이 있다. 투자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아직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자력으로 위성과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림으로써 우주 개발 독자 능력을 확보하려는 MTP가 있는 한 우주를 향한 우리의 도전은 머지않아 반드시 시현될 것이다.

이복직 광주과학기술원 기계공학부 교수(항공우주추진연구실) bjlee@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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