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 투명한 원자력 규제 강화로 국민 신뢰 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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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일본, 중국 등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은 원자력 규제 담당 기관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물론 나라별로 기관의 위상과 범위는 차이가 있지만 원자력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규제 기관의 역할은 모두 같다. 지난 2011년 10월 한국의 원자력 규제 독립 기관으로 출범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도 동일하다.

여기서 원자력의 위험에서 '위험'은 다른 과학기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 위험성뿐만 아니라 인지 위험성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원자력 규제 기관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증된 안전 기준을 강화해서 과학 위험성을 줄여야 함은 물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 활동 적극화로 인지 위험성도 함께 줄여야 한다. 각 나라의 규제 기관들이 규제 강화와 함께 정보 공개와 소통 프로그램을 적극 펼치는 이유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원자력 규제 기관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과학 위험성뿐만 아니라 인지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해야한다. 원자력 규제 체계를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강화하는 한편 국민 눈높이에 맞춰 소통과 참여 방식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원전 가동에서부터 해체까지 안전 기준과 규제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안위는 '원전 안전 기준 강화 종합 대책'을 수립, 가동 원전에 대해 10년 단위로 실시하는 안전성 주기 평가 등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또 대형 지진에 대비해 올해 말까지 가동 원전 24기의 안전 정지 유지 계통 설비의 내진 보강을 0.3g(리히터 규모 7.0 수준)까지 완료하는 한편 원전 해체가 본격화되는 원자력 환경에 맞춰 고리 1호기 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에 관한 규제 체계도 준비할 방침이다.

드론, 고출력전자기파(EMP) 등의 위협에 대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물리 형태의 방호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악성코드 등 사이버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사이버 보안 사건 탐지의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대규모 원전 사고 발생 때 사업자의 무제한 책임 원칙을 원자력손해배상법에 적용하고, 배상조치액도 국제 동향 등을 고려해 대폭 상향하는 방안 검토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투명성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원안위는 첫걸음으로 원자력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 결정의 독립성, 공정성 확보를 위해 원안위 전체회의 운영 방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회의록 공개와 일반인 방청 허용에 더해 실시간 회의 중계를 통해 의사 결정 과정을 한 점 숨김없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다. 나아가 원전 소재 자치단체장 또는 주민대표 등이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참여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가칭 '원자력안전정보 공개 및 소통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원자력 안전과 관련된 정보 공개 제도를 개선하고, 원전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원자력안전협의회의 법제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원자력 규제 기관은 '원전 안전 기준과 규제 체계 강화' '소통과 참여 방식 혁신'을 중심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업무를 펼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책 파트너인 국민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질책도 받고 격려도 받을 것이다.

올해 말에는 국민의 삶이 좀 더 안전해졌고, 좀 더 편안해졌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원자력계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jungminkang64@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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