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최고위급 임원이 정치권과 만나 군산공장을 계획대로 5월 폐쇄하고, 인수의향자에게 매각한다고 전했다. 부평·창원공장 유지를 위한 차세대 차량 2종도 대형 투자나 회생계획이 있어야만 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긴급절차를 진행한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인터내셔널) 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여·야 국회의원들과 비공개 회의에서 “군산공장은 수년 동안 20% 미만 가동률로 인해 수익 창출이 불가능해 계획대로 5월 폐쇄를 단행하고, 인수의향자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라며 “22개 협력업체 5000여명의 근무자 가운데 구조조정 영향을 받는 인원을 500명 수준으로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배리 엥글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등은 이날 오전 11시 홍영표 민주당 한국지엠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어 오전 11시 30분부터 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여·야 국회의원 15명과 한국지엠 대책 마련을 위한 비공개 회의를 했다.
엥글 사장은 이날 여·야 의원들에게도 한국에 남아 한국지엠이 연간 50만대 생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차세대 차량 2종을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배정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엥글 사장은 “한국에 머물고 경영상황을 개선해 건전하게 만들고 싶은 것은 우리의 '최우선 선호사항(preference)'”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형 투자(significant investments) 및 구조조정 활동이 포함된 회생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엥글 사장은 한국 정부로부터 만족할 만한 지원을 얻지 못한다면 완전 철수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그는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자 하는 것은 확실히 우리의 최우선 선호사항이고, 경영환경 개선이 이뤄지려면 많은 일들이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계속 적자가 나면 회사를 끌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관련, 군산 지역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고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긴급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군산을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요건을 충족하지는 않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관련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고용노동부는 오늘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아 군산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긴급절차를 밟아나가기로 했다”며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고용보험을 통한 고용안정지원 등 종합 취업지원대책을 수립·실행하며, 자치단체 일자리사업에 대한 특별지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GM이 한국지엠의 불투명한 경영문제를 해소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GM은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영리집단이니까 조금이라도 마이너스가 된다고 하면 당연히 한국 시장을 버릴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장기적 경영 개선에 대한 GM의 커미트먼트(투자 의지) 그런 것들을 가져와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GM과 산업은행은 최근 3자 실사에 합의했다. 한국지엠은 2012년 본사인 GM의 지주사 GM 홀딩스로부터 2조4033억원 자금을 차입했다. 당시 한국지엠 경영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율 4.8~5.3%대 고금리 차입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정부와 산업은행은 GM이 요구하고 있는 3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앞서 객관적으로 투명한 실사와 자구안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