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데이터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회자되고 있다. 정보 독재 시대에서 정보 통제 시대를 거쳐 정보 개방 시대가 열렸다. 작게 보면 행정 정보 공개 정책부터 데이터 민주주의가 시작됐고, '오픈 거버넌트'(열린 정부) 정책이 본격화됐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데이터 민주주의가 시작됐고, 개인 정보 보호 정책에 의해 데이터 민주주의가 완성됐다. 데이터 민주주의는 '특정한 개인 정보가 아니면 누구나 그 데이터를 사용, 재사용, 재배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말한다. 핵심은 데이터 개방과 개인 정보 보호다.
우리나라 데이터 민주주의 수준을 살펴보면 지난 10년 동안 괄목할 성장을 했다. 2011년 농협 사태 등을 겪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 정보 보호 제도를 갖췄다. 공공 데이터 개방도 선진국에 비하면 늦게 시작했지만 적극 추진, 2015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 데이터 개방 지수 1위를 차지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발전하면서 개인 정보 보호 정책과 데이터 개방 정책이 충돌하는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의해 인간, 사물, 환경 등 모든 것이 무한정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로 진화하게 된다. 연결 범위가 넓어지면서 모든 것의 데이터화가 중요해지고, 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화된 초연결사회가 올 것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에서 제조, 금융, 유통, 의료 등 데이터 생태계를 어떻게 융합하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새로운 데이터 생태계 창출을 위해서는 개방된 공공 데이터와 민간 데이터의 융합이 중요하다.
그러나 공공 데이터 개방만으로 가치 있는 데이터 생태계를 완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직 데이터와 개인 데이터가 융합돼 훨씬 더 가치 있는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은 융합 데이터 생태계를 만드는 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하나의 대안으로 개인 정보 비식별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섬세한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 데이터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융합돼야 한다. 데이터 생태계의 융합을 위해서는 산업별 마스터 데이터가 중요한 연결고리다. 특히 개인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개인별로 제조·금융·유통·의료 데이터를 융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데이터 생태계다. 이런 점에서 '마이데이터'(My Data 또는 MiData) 개념은 융합 데이터 생태계 구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개인 정보 보호와 마이데이터를 상반된 개념으로 오해하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는 기업 관점에서 기업 소유의 개인 데이터에 대한 기업의 권한과 책임을 일컫는다. 반면에 마이데이터는 개인 관점에서 기업 소유의 개인 데이터에 대한 개인의 권한과 책임을 말한다. 즉 마이 데이터 개념은 기업 중심의 개인 데이터 생태계에서 개인 데이터가 주인인 개인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 및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돌려주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서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은 유지되면서 마이 데이터 정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 특히 마이 데이터의 개인 데이터 자기 이동권은 데이터 생태계 융합을 촉진시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지능화 사회 촉진을 할 것이다.
진정한 데이터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개방 정책, 개인 정보 보호 정책, 마이 데이터 정책이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 특히 데이터 개방 정책과 마이 데이터 정책은 새로운 데이터 생태계를 창출,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을 눈부시게 높여 줄 것이다.
박주석 경희대 교수 jspark@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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