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군산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는 한국지엠이 협력사를 포함함 30만개 일자리 유지를 무기로 한국정부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GM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기위해 여러 조치를 이어왔다. 이달 7일 배리 엥글 미국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다양한 지원 방안을 요청했다. 엥글 사장이 이 회장을 만나 신규 대출·증자 등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군산공장 가동 중단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한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엥글 사장은 지난달에도 한국을 찾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등과 면담했다. 고 차관과 면담에선 금융 지원과 유상증자, 재정 지원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GM이 우리정부에 총 3조원의 유상증자를 할 계획을 전하면서 지분 17%를 보유한 산업은행 참여를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산은은 지분 비율대로라면 약 5000억원을 추가 출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한국지엠에 대한 GM 본사의 자금 지원 요구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GM은 2대 주주인 산은에 회계장부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신규대출과 증자 등 지원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해 3월 한국지엠 적자가 지속되면서 GM에 매출원가와 본사 관리비 부담 규모 등 116개 항목의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GM측은 6개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또 GM이 한국지엠에 3조원 규모(2016년 말)의 대출을 해주면서 연 4.7∼5.3%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을 해줬다. 한국지엠이 GM본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해 연간 1000억원의 이자를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지엠의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30만개라는 점 때문에 한국정부가 결국은 지원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GM이) 정부와 산은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GM에 휘둘려선 안 될뿐더러 한국지엠 중형차 등에 실패한 원인을 먼저 짚고 회생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GM본사와 한국지엠 간 비정상적인 거래 관계 등도 명백히 밝힌 후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지엠은 이번 구조조정 결정 관련 군산공장 근로자들과 사전 협의 없이 독자 진행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군산공장 근무자인 이 모씨는 “우리 직원들은 오늘 보도전까지도 가동 중단 계획을 전혀 몰랐다”며 “협력사를 포함해 공장 전체 고용유지가 불안정해지면 지역 사회까지 충격에 빠졌고, 벌써부터 희망퇴직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 돈다”고 하소연을 털어놨다.
한국지엠은 최근 4년 동안 2조6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군산공장은 중소형 자동차 '크루즈'와 다목적 차량 '올란도'를 연간 26만 대 생산할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졌다. 3500여명에 육박했던 근로자 수는 현재 22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