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거버넌스 개편'
교육·경제 부총리를 모두 역임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두 가지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얼개도 그렸다.
교육개혁이 가는 걸음마다 벽에 부닥치고 있다. 진로를 찾아가는 교육,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교육도 요원해 보인다. 정부는 주요 정책 입안부터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정책숙려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해당사자 의견이 엇갈리는 교육 분야에서 숙려제가 힘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 의원은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 개혁안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정책관계자·전문가·이해당사자로 구성된 직업교육혁신위원회 구성도 덧붙였다.
김 의원은 국가교육위원회를 독립된 헌법기구로 설립하고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할 것을 민주당 개헌안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백년대계를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 거버넌스를 전면 개편하자는 취지다.
청소년 직업교육 체계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직업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기존 직업체계에 맞는 교육은 의미가 없다.
김 의원은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핵심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에듀테크며, 거버넌스 변화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지식 전달 위주 현 교육 시스템과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거버넌스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인 가운데 가장 많은 교육 관련 경력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2005년부터 1년 반 동안 교육부장관(부총리)를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교육을 포함한 현 정부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혁명 지원을 위해 정·관·학계 단체 및 전문가로 구성된 에듀테크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국회 신성장포럼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신성장포럼은 국회의원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꾸린 연구 모임이다. 올해로 10년이 됐다.
다음은 교육 개혁에 대한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모든 사회가 변화하는 마당에 사회를 이끄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교육 개혁 방향은.
▲교육 관련 빚어지는 대부분 문제는 입시에서 출발한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 입학이 결정돼 다양한 문제가 나타났다. 학생은 좋은 대학에 가려고 사교육에 의존한다. 대학입장에서도 한번 평가로 학생을 뽑으려다보니 어려운 질문을 한다. 이처럼 정답이 있는 교육 방식은 미래 교육 방식이 될 수 없다. 정답이 있는 교육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교육이어야 한다. 질문은 같지만 답은 다를 수 있다. 토론식 수업이 필요하다. 교사가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 이런 문제를 본 적이 있다. 17개 사과를 세 명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한 사람에게는 2분의 1, 또 다른 사람에게는 3분의 1, 또 다른 사람에게는 9분의 1에 해당하도록 나누라고 한다. 정답이 없다보니 모두 각자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다른 대답을 한다. 그 과정에서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사고 지평이 넓어지고 다차원 사고를 촉발시킨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유발하는 교육이다. 자기 생각만해서는 한계가 있다. 토론하면서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이다. 사실 이 같은 교육은 쉽지 않다. 에듀테크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에듀테크의 역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다. 역순학습(Flipped Learning), 대규모온라인강좌(MOOC), 양방향 일대일 온라인 강좌 등 에듀테크가 교실혁명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2005년 부총리 시절,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과 방송에서 치열하게 토론했다. 싸우는 와중에도 공감하는 영역이 있었다. 그때 깨달은 것이 핵심역량 교육이다.
전주상산고의 예를 들겠다. 시장경제와 사회주의를 가르치는데,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교사나 학부모가 없었다. 그래서 학생에게 각각 책을 읽게 하고 그 책을 잘 설명해줄 사람을 초빙해서 강연했다고 한다. 학생이 책을 읽었으니 굳이 내용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강사는 두 사회 체제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를 강연하고 이를 들은 학생이 각자 자기 관점을 서술하고 토론하도록 했다. 독서역량을 토대로 하면서 관점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토론하는 것. 융합의 기초가 여기에 있다.
공교육으로 이러한 교육을 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전문가를 어떻게 매번 초대하겠는가. 교사 양성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교실혁명을 일으키기에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다. 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에듀테크다. 학생이 책을 읽거나 MOOC 같은 온라인으로 먼저 학습한 후 교실에서 토론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 교실에서는 자기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토론하고 상상하는 훈련을 한다. 선진국은 학생 주도로 학습역량을 배양한다.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 '잡다한 지식을 다 외워라' 이런 것은 이제 필요 없다.
-교육과 미래는 언제나 연결되는 이슈다. 공통 대상이 청소년인데 청소년의 미래를 위한 진로 교육에 관심이 높아진다. 청소년 진로 교육을 진단한다면.
▲과거 청소년은 성인이 되서야 진로를 결정하는 사례가 많았다. 지금 청소년은 각종 매체와 스마트기기를 통해 미래 직업 정보를 얻고 관심을 갖는다. 꼭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본인만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 청소년 시기부터 진로를 설정하는 학생이 늘어난다.
선진국은 교육 핵심이 진로적성 교육으로 바뀌었다. 우리 공교육도 진로교육을 강조해야 한다.
진로교육을 잘 하려면 상담교사가 많아야 한다. 교육청별로 몇 명씩 확보됐는데 최소한 학교별로 한 명은 있어야 한다. 학생 수 기준으로 수용가능한 정도의 교사를 확보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해당 분야 종사자를 자원봉사자로 유치하든지, 전문가가 멘토 역할을 하는 기회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청소년 직업교육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은.
▲청소년 수요를 반영해 정부도 자유학기(년)제, 고교학점제 등 청소년 꿈과 자아실현을 위한 정책을 운영 중이다. 정책 도입은 긍정적이지만 초기 단계에서 몇몇 문제점이 보인다.
첫째, 오프라인 위주 교육이어서 지역별로 교육의 질 차이가 있다. 가령 잡월드 등 직업체험 공간은 접근성이 제한된다. 동일한 교육과정도 운영기관 역량에 따라 교육 수준 차가 발생한다. 오프라인 체험실은 가격도 비싸다. 교육 양극화 문제로 이어진다. 둘째, 단순체험 위주의 짧은 교육에 그쳐 전문적인 직업교육이 없다. 학생 직업체험이 말 그대로 '체험' 단계에서 끝난다. 셋째, 청소년이 희망하는 직업과 향후 미래직업에 대한 교육이 제공되지 않는다. 미래직업보다는 현재 체험하기 쉬운 교육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활동 계획은.
▲직업교육과 에듀테크가 접목되도록 직업교육혁신위원회 구성을 논의해보려고 한다. 교육부총리 시절에는 우리나라가 이러닝으로 이스라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계 선두 국가였다. 지금 이러닝이 발전 없이 지난 10년 동안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등 많은 나라가 앞서가고 있다.
에듀테크를 발전시켜야 한다. 교육혁신과 접목해야 한다. 초등학교만 해도 1만2000개 정도 되는데 동시에 발전시키기 어렵다. 동시다발적으로 교실혁명을 일으킬 수 있도록 에듀테크를 활용해야 한다. 교육양극화도 막을 수 있다.
기술 위주 접근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에듀테크를 도입할 때 교육학 박사를 비롯해 교육 전문가의 고민을 담은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 기초 원리를 에듀테크에 접목, 활용해야 한다.
-장기적 교육 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교육정책도 50% 이상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 경제 정책과 다르다. 교육은 단기성과도 나지 않는다. 10년을 봐야 하는데 대개 장관 임기는 1년도 못 간다. 그러다 보니 자꾸 혼선을 빚는다.
국가교육위원회를 헌법상 기구로 두자고 하는 것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다. 핀란드가 헌법상 독립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운영한다. 정권교체, 갈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일관된 철학으로 교육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융합 인재 양성 큰 틀을 위해서는 교육학자, 교육 수요자, 교사가 정치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해야 한다.
교육부는 장기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로 대체되는 것이 좋다. 국가교육위원회 토론을 하루 종일 방송하는 채널도 만들자. 시민이 언제든지 교육 정책 입안과정을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는 평생학습이나 고등교육 학술지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규제 기능도 최소한으로 남기로 지방교육청으로 넘겨야 한다. 교육혁신이 지역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교육감이 지자체장과 대립하는 현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교육감 선거를 없애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