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51>커피 한 잔으로 정겨운 평창 동계올림픽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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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선수의 테니스 호주오픈 4강 쾌거와 23세 이하 아시아축구대회(AFC U-23)에서 베트남 축구팀을 결승에 진출시킨 박항서 감독의 매직이 영하 18도가 넘는 겨울 추위를 한꺼번에 날렸다. 적폐 청산, 최소 임금, 일자리 감소 등 우울한 소식에 얼어붙은 마음도 훌러덩 걷어 갔다. 이번 주 금요일인 오는 9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되면 빙상의 꽃들이 국민의 행복한 3주를 책임질 것이다. 역대 최정예 스피드스케이팅, 요정의 피겨스케이팅, 솟구치는 스키점프, 봅슬레이, 아이스하키 등 15개 종목의 경기가 눈에 아른거린다. 우리나라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지 않더라도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선수들의 묘기를 접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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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북한 선수들도 참가, 경색된 정국을 녹이는 계기가 돼 더욱 의미가 있다. 북한의 진위야 어떻든 한 경기장에서 동족이 손을 맞잡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제의 다툼보다는 훨씬 낫다. 정치인들이 경기장 안에 들어와 행패만 부리지 않는다면 잘 해낼 수 있다. 연이어 열리는 동계패럴림픽에서의 정겨운 광경들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휠체어컬링, 아이스하키 등 6개 종목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인간 승리가 여실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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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에 감탄하는 사람은 많아도 집을 버티게 하는 기둥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둥이 있어야 집의 아름다움이 가치가 있듯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보이지 않은 손들이 있다. 전기 공급이 중단될까 노심초사하고 칼날 폭풍에도 전주에 올라가 작업하는 전기 기사, 리프트 안전 확인을 위해 차가운 쇳덩이를 매만지는 설비 기사, 수신호를 반복하는 교통통제 요원, 의전 요원, 6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다짐하며 추위와 또 다른 경쟁을 하고 있다. 평창으로 데려다 주는 버스 기사, 10년 이상 구석구석 기획하고 준비한 체육인과 공직자 모두가 성공의 기둥들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답게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 최초의 5세대(5G)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를 위해 정보센터 관제 요원, 정보 보호 담당자, 서비스 개발자, 운영자들이 막바지 점검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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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마지막 결승점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응원단은 선수가 최선을 다하도록 목청을 높인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얼음 상태를 점검하고 기록하는 지원자가 있다, 그래서 경기는 선수만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모두의 것이다. 혼술, 혼밥 등이 일반화되는 시점에서 인간이 경쟁을 통해 서로를 배우고 협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스포츠가 얘기하고 있다. 승리만큼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되기를 바란다.

오늘은 눈을 돌려 숨어서 일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커피 한 잔을 리프트 수리에 분주한 기사 아저씨와 함께하는 건 어떨까. 교통정리를 하다가, 버스 운전 도중에, 관제센터 입구에 앉아서 누군가가 전하는 커피 향기를 접할 수 있다면 정겨운 올림픽이 되지 않을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인 모두가 함께 정을 나누기를 염원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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