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견기업 스케일업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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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에 위치한 기업을 이른다.

업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3년 평균 매출이 400억~1500억원이면서 자산은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을 일컫는다. 대기업처럼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우리나라의 중견기업은 삼성·현대차·LG 등 대기업의 1, 2차 부품·장비 협력사에 대거 포진해 있다. 유통과 식음료 분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가전 전문 기업 가운데에도 중견기업이 많다.

우리 경제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 낮지 않다. 이에 비해 중견기업의 위상과 인지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국가 성장 지표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이나 수출 규모에서는 대기업에 비해 눈길을 끌기 어렵다. 중소기업과 벤처 기업은 '약자'라는 인식 속에 보호하고 육성할 대상으로 꼽히지만 중견기업은 여기에도 끼지 못할 때가 많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되면서 중견기업의 포지셔닝이 더 모호해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중견기업은 정부나 정치권의 소통 대상에서 배제됐다”면서 “한국 경제의 혁신 성장 성공을 바란다면 중견기업과의 더 많은 교감이 필요하다”고 표명했다.

중견기업의 스케일업을 고민해 볼 때다. 허리가 강하지 못하면 전체 구조의 건강성은 보장하기 어렵다. 산업을 리딩하는 대기업과 참신한 혁신 아이디어를 갖춘 중소기업이 중요한 만큼 중간 단계인 중견기업의 역할과 기능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성장을 회피하는 중소기업을 보고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표현을 한다. 중견기업이 되면 정부의 여러 지원이 취소되고, 조달 시장에서 불편을 겪기 때문에 스스로 성장을 억제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규모가 커진 중소기업은 스스로 기업을 쪼개거나 매출 이월 등과 같은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국회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총 130조원이나 투입했지만 2015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한 비중은 0.008%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혜택을 줄이기보다는 중견기업이 됐을 때 다른 '당근'을 주는 등의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중소기업의 중견기업으로의 성장만큼이나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의 재벌 그룹 외에 밑단에서 출발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사다리에 걸림돌은 없는지, 도움이 될 일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중견기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포함, 중견기업에 특화된 정부 육성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산업부의 중견기업 육성 의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편중돼 온 지원책이 중견기업으로 확산될 좋은 기회다. 중견기업이면서도 대기업과 같은 규제를 받아 온 100여개 기업 가운데 일부가 숨통을 틀 기회를 얻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기업의 자생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에만 기대면 안 된다. 일부 중견기업은 투명하지 못한 지배 구조, 열악한 사업장 환경, 불합리한 노사관계 등으로 지탄을 받아 왔다. 중견기업이 위상을 높이고 역할을 키우려면 매출과 자산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책임, 경영 전반의 합리화도 함께 이뤄야 한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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