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신산업은 규제보다 제도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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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포털 메인 화면에 어김없이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기사가 걸려 있다. 청년 세대가 인생 역전을 위해 암호화폐에 빠져 있다는 다소 자극성 강한 내용의 기사를 읽다가 아래에 달린 댓글에 시선이 멈췄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지난날 경제 호황기에 쉽게 취업해서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고, 기형의 연금 체계로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지웠다.' '암호화폐 거래를 놓고 본인이 만들어 놓은 구조 안에서 돈을 벌지 않으니 투기라고 명명한다.' 부동산 투기, 강원랜드 카지노, 로또복권 등 법이 허용하는 기존의 항목을 조목조목 짚으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댓글이었다.

어투는 거칠지만 댓글의 좋아요 수는 3000개가 훌쩍 넘었다. 기회의 창을 닫은 기성세대에 대한 자기 성찰보단 암호화폐 광풍을 주도한 20~30대의 무모함과 어리석음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데에서 터져 나온 젊은 세대의 분노가 아니었을까.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의 과열을 해결하기 위해 거래 금지 및 거래소 폐지와 같은 각종 규제안을 발표하자마자 대혼란이 일었다. 당황한 정부는 부처 간 조율되지 못한 이견을 표출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아마추어 대응을 보였다.

블록체인 기술 이해도도 부족했다.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해야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장려할 것이라고 서둘러 얘기했지만 기반 기술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시장을 분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된다.

일련의 사태는 정부가 명확한 이해 없이 암호화폐 열풍의 진화에만 급급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가가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통화 정책을 조율하고, 예상되는 국민의 피해 예방 및 보호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암호화폐, 정확히는 블록체인이라는 신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보여 준 국가의 해결 방식은 단편 및 일방통로였다. 그것으로 인해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미래로의 혁신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비효율 우려를 발생시키고 있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 전환기에서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새로운 기술이 산업의 경계를 넘어 경제 체계를 뒤흔들며 변화를 일궈 내고 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의 새로운 역할과 창의력이 발휘된 행정 부처의 제도 혁신 모습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다.

이종 산업 융합을 위한 부처 간 칸막이 행정 철폐와 네거티브 규제로의 제도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과거 개별 기술 정책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열식 로드맵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업무 보고만 봐도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개별 조직의 혁신이 아니라 사회의 개방과 협력으로 이룩되는 사회 혁명이다. 하루에 1만개가 넘는 벤처를 쏟아내는 중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을 앞서는 비결은 기술 개발이 아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중국 국가 제도의 경쟁력에 있다는 것을 우리 정부는 아직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앞으로 사회 변화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영역에서 일어날 것이고, 그것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규제는 기술 혁신과 새로운 기술 접목이 사회 편익과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과 신기술을 규제로 '규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국가의 역할은 새로운 기술 속도에 맞춰 경쟁력 있는 사회 구조 체계를 '제도'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brandsumin@sumink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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