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이유로 '시장 실패'를 내세운다. 이동통신 서비스 3사가 저가 요금 경쟁을 하지 않는 데다 고가 요금으로 갈수록 데이터 제공량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요금을 내리고 데이터 제공량도 늘리자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시장 실패'라는 용어는 신중하게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도처에서 이 용어가 발견된다. 시장이 못한 일을 정부가 대신한다는 단순한 경제학 의미를 담은 것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통 3사의 담합 내지 독과점 탓에 문제가 생겼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다. 이 말을 들으면 왠지 이통 3사를 비난하고 보편요금제를 꼭 도입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명분 싸움'에서 이기려는 영리한 용어 선택인 셈이다.
정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하려는 일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데이터 인플레이션'이 심한 건 사실이다. 스마트폰이 삶 속 깊숙이 파고들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점점 커진다.
데이터 1~2기가바이트(GB)로 살아 가기가 갈수록 빠듯하다. 데이터 요금을 내리고, 같은 값이면 데이터를 더 주는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쉬운 점은 정부의 잘못도 인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시장 실패로 규정한 이통 3사의 데이터요금제는 2015년 5월 전면 도입 당시 정부가 인가한 것이다. 정부는 '해외와 비교할 때 대부분 요금 구간에서 훨씬 저렴하다'를 인가 이유로 밝혔다. “요금 증가 폭이 작고 GB당 데이터 가격도 외국보다 크게 낮다”고 칭찬까지 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훨씬 늘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정부가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다. 10여년 동안 트래픽이 13배 늘 것이라는 보고서를 이미 2013년에 내놓고 주파수 대책을 세운 정부다. 트래픽이 늘 줄 알았다면 데이터요금제를 도입할 때부터 설계를 다르게 하거나 적어도 트래픽 급증 대비책이라도 마련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