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소재부품에서 길을 찾자]<1>프롤로그-4차 산업혁명의 핵심 '소재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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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보다 15.8% 증가한 5739억달러로 무역통계 작성 이래 61년 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년 만의 무역 1조달러 회복, 역대 최단 기간 수출 5000억달러 돌파 등 성과도 이어졌다.

수출 성과는 소재부품 산업의 기여 없이는 불가능했다. 지난해 소재부품 수출은 2821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과반을 차지했다. 무역수지 흑자도 1138억달러로 전체 무역흑자(953억달러) 규모를 웃돌았다. 소재부품 무역흑자가 다른 품목 적자를 메꾸고도 남은 셈이다. 외형으로만 보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소재부품 산업은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 현상과 부실한 산업 생태계, 부품 대비 취약한 소재산업 구도 등이 고쳐야할 과제로 꼽힌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 정책 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소재부품 산업이 그 선두에 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출발점이 소재부품 산업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5회에 걸쳐 소재부품 산업의 중요성과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별 발전 전략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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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재부품인가

소재부품은 소재-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제조업 가치사슬에서 완제품 수준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간재를 통칭한다. 소재부품이 전방 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은 부가가치율이 지속 하락하고, 기술 부문별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다. 2000년대 초반 57% 수준이던 부가가치율은 2015년 47% 수준으로 하락했다. 설계기술, 신제품 개발, 신제품 응용, 생산기술, 품질·신뢰성 수준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90%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소재부품은 2000년대 들어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통해 급속한 외형 성장을 실현했다. 이제는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할 변곡점에 서 있다. 수출과 세계 시장 점유율은 급속히 늘어났지만, 중국의 자급도 제고 등이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주력 산업과 미래 신산업의 핵심 소재부품 기술 경쟁력은 선진국보다 여전히 낮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쟁국이 융·복합 및 첨단 고부가가치 소재부품 개발에 국가 역량을 결집하는 것도 위기 요인이다. 미국의 제조혁신네트워크, 독일의 신(新)하이테크 전략, 일본의 재흥전략, 중국의 제조2025 전략 등이다.

경쟁국이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것은 부가가치 원천으로 선진국 도약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핵심 소재부품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국가는 완제품 생산시 부가가치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둔다. 2014년을 기준으로 총수출에서 국내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 0.81, 미국 0.79, 독일 0.69로 추산된다. 모두 우리나라(0.59)보다 우위에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완제품에서 핵심 소재부품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했다.

소재부품 산업은 장기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독과점 시장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핵심 소재는 장기간 투자가 소요되고 성공 가능성도 낮지만 개발에 성공할 경우 장기간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일본 도레이사가 1970년대 개발에 성공한 탄소섬유는 30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현재는 세계 시장 70%를 점유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핵심 소재부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완제품 산업이 도태돼도 보유 기술을 기반으로 신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강력한 소재부품 산업 생태계를 갖춘 국가가 완제품 산업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배경이다.

◇4차 산업혁명, 소재부품이 열쇠

세계가 주목하는 4차 산업혁명도 결국 소재부품 기술과 경쟁력에서 우위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초소형 센서, 지능형 반도체 등 융복합 첨단 신소재와 부품이 필수다.

4차 산업혁명 트렌드인 스마트화, 서비스화, 친환경화, 플랫폼화를 위해 소재부품 기술을 혁신해야 한다. 전기·화석에너지는 고효율·고밀도 에너지 저장장치 등으로 진화하고, 철강·석유화학·섬유 등은 초경량, 고기능, 스마트 소재로 혁신적 변화를 일궈내야 한다. 센서와 반도체 등도 초소형, 지능형으로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

홍순영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는 센서와 경량 소재 등 소재부품이 완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도 결국은 소재부품 개발 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역량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선도사업을 중심으로 혁신성장의 속도를 끌어올린다. 속도감 있는 정책 수행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자칫 완제품에만 매몰돼 소재부품 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개 혁신성장 동력 중 소재부품 품목은 지능형 반도체와 첨단소재 2개에 불과하다. 지능형 인프라와 스마트 이동체, 융합 서비스 등 인프라와 응용 기술도 중요하지만, 모든 기술의 근간이 되는 소재부품 산업 혁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6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제4차 소재부품 발전 기본계획' 등 기존 정책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2025년까지 100대 세계 최고기술 확보를 통해 4대 소재부품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첨단 신소재부품 기술개발 및 상용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소재부품 인프라 구축 △고효율·친환경 생산체계 구축 △글로벌 진출 역량 강화 등 주요 과제로 추진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과 혁신성장을 위해 선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신산업을 창출하고, 소재부품을 포함한 주력 산업의 성장활력도 회복시킬 것”이라며 “산업과 기업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미래지향적 상생협력과 업종별 혁신 전략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