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5G 성공을 위한 선결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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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5G) 이동통신을 향한 '속도전'이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6월에는 주파수를 경매한다. 이와 더불어 5G 투자효율을 높이기 위한 필수설비 공동활용제도를 개선한다. 5G 융합 서비스 개발·실증과 5G 이후를 염두에 둔 '비욘드 5G' 연구개발(R&D)도 올해 시작한다.

만반의 준비다. 국가 전략으로 내세웠던 2G 이후 3G, 4G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최대 규모 이동통신 진흥 정책이다. 정부가 나서서 통신기술 상용화를 선도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5G를 단순 이동통신 진화가 아닌,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로 글로벌 시장에서 역전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5G 준비 과정에서 이동통신사 투자 기반이자 실제 이용자 혜택을 가져다줄 요금과 수익구조 관련 논의는 인프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현재 진행 중인 통신요금 관련 논의는 2G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통신비를 문자·음성통화·데이터로 단순화하고 데이터 요금을 내리는 문제에 대해서만 공방이 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 이통사가 감정대립 양상마저 보인다.

이 같은 논쟁이 5G 시대에도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5G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하는 통신의 질적 변화가 예상된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데이터와 자율주행자동차를 제어하는데 투입되는 데이터는 초저지연 성능, 전송안정성 등 품질과 용량 자체가 달라진다. 자율주행차는 초당 1GB 데이터를 생산한다고 한다. 서비스를 가리지 않고 데이터 몇GB를 몇 만원에 제공하라는 식의 단순 요금체계는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여력을 확보하면서도 다양한 분야 이용자를 만족시킬 전혀 새로운 형태 요금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인프라 전략 만큼이나 중요하다.

5G 시대에는 네트워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갈등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이통사와 페이스북은 최근에야 망이용대가 협상을 시작했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최대 20Gbps 속도를 내는 5G 망을 이용해 실시간 가상현실(VR), 초고화질(UHD) 영상을 제공하며 서비스를 혁신하지만 이통사는 급증하는 트래픽을 따라가지 못해 이용자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G 서비스를 제공할 이통사 내부에서는 수조원 들여 구축한 5G망에서 수익을 구글과 페이스북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업자간 합리적 방식으로 이익을 분배할 협상 테이블이라도 먼저 준비하는 일이 급선무다.

과기정통부 역할이 중요하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조정해 합리적 대안을 도출할 때 정부 역할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요금과 서비스 규제라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소비자, 산업계, 이통사 의견을 두루 수렴해 치우치지 않는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내년 3월 5G 상용화까지 13개월 남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여정을 보면 이제 출발선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5G를 향한 속도전에 더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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