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중국 'G2' 시장에서 부진했던 현대자동차가 영업이익이 7년 만에 5조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코나(KONA)', 제네시스 'G70' 등 신차 출시와 미국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강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코나EV, 신형 싼타페 등 SUV 라인업을 강화하고, 권역별 책임경영제를 통해 성장을 꾀한다.
현대차(회장 정몽구)는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가진 '2017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9% 증가한 96조3761억원을 올린 반면, 영업이익은 11.9% 감소한 4조574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영업이익이 5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 5조9185억원을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7%로, 2016년보다 0.8% 포인트 가량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5% 감소한 4조5464억원을 기록했다. 경상이익은 영업이익 감소에 더해 북경현대 등의 실적 둔화에 따른 지분법 손익 등이 줄어들며 전년 대비 39.3% 줄어든 4조4385억원에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6.4% 감소한 450만6527대를 판매했다. 내수시장은 일부 차종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연중 지속된 그랜저 판매 호조와 코나 및 G70의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4.6% 증가한 68만8939대를 판매했다.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미국, 중국 시장 판매 하락 등 영향으로 전년 동기대비 8.2% 감소한 381만7588대를 판매했다.
매출액은 신차 효과, 유럽·신흥국 판매 증가 등으로 자동차부문 매출이 늘어나고 금융부문 매출 또한 지속 상승하면서 전년 동기대비 2.9% 증가했다. 영업부문 비용은 신차 출시 관련 다양한 마케팅, 제네시스 브랜드 관련 초기 투자 활동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대비 4.1% 증가한 13조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부문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역시 전년 대비 0.2% 포인트 높아진 13.5%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확산되며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양적 성장에 치중하기 보다는 책임경영을 통해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함과 동시에 미래 핵심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먼저 현대차는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또 자동차 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SUV라인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전략 신차 투입을 확대함으로써 주력 시장에서의 판매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 또한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이어 친환경,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구현함으로써 자동차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나감과 동시에 글로벌 ICT 기업 등과의 협업 또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원화 강세 흐름이 연중 지속된 가운데, 주요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영업부문 비용이 증가했으며, 중국 등 일부 시장에서의 판매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7년 수익성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면서 “올해 수소전기차,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코나EV 등 당사의 기술력이 결집된 여러 친환경차를 출시해 글로벌 친환경차 톱 메이커 지위를 공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판매 123만4490대 △매출액 24조5008억원 △영업이익 7752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0.2%, 24.1% 감소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