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부장 "존엄사 아닌 자연사 선택권이 근간"

Photo Image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설립추진단 사업추진부장

“연명의료 유보 혹은 중단은 기존 존엄사, 안락사 개념과 다릅니다. 두 개념과 함께 논의되다보니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교육과 홍보가 중요합니다.”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설립추진단 사업추진부장은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존엄사, 안락사 등을 합법화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두 가지 죽음의 의미도 '편안'을 추구하지만, 인위적 죽음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백 부장은 “존엄사는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한 개념이고, 안락사는 질병 고통을 피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면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의학적 무의성을 전제로, 자연사에 가까운 죽음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석 달간 진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 시범사업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접수는 9336건을 기록했다. 12월 초까지 2950건에 불과했지만, 한 달 새 6000건 이상 늘었다.

백 부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가 빠른 시간에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제도 시행에 따른 참여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이 얼마만큼 이해하는 지가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기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신청 대상은 맞지만, 죽을 수 있게 유도하는 게 아닌 선택권을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는 “그동안 금기시 됐던 죽음의 선택을 수면 위에 올려 함께 논의하고,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는 게 법 취지”라고 말했다.

의료·법조계에서 주장하는 제도적 모순에 대해서는 반박과 공감을 함께 했다. 연명의료 유보·중단 대상은 말기, 임종과정에 접어든 환자다.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판정하는 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환자 의식이 없고, 평소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경우 가족 전원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족 간 합의가 어려워 연명의료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 부장은 “임종, 말기 환자를 규정하는 것은 법에서 명문화하는 게 아니라 의학적 전문성에 맡겨야 한다”면서 “가족 간 합의가 어려운 부분은 죽음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도록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삶도 죽음의 일부인 만큼 후회 없는 선택이 되도록 제도 정착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