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계가 세계보건기구(WHO) 게임 질병화 작업에 대응하는 국제 연대를 모색한다. WHO는 5월 예정한 국제질병분류기호(ICD)-11 개정에서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할 예정이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18일 “ICD-11이 게임을 질병으로 명시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각 부처에 건의 사항을 전하고 북미게임산업협회(ESA) 등 글로벌과 연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SA는 최근 WHO ICD-11이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WHO가 ICD-11 개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질병화할 지는 미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게임이 행동 장애 등 기존 질병 하위 항목으로 들어갈지 (그 자체로)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로 규정될 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위가 정해지지 않아 여러 각도에서 대응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D-11이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면 한국질병분류기호(KCD)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KCD를 관장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2016년 발표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 코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게임 중독을 정신병으로 규정하고 치료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인터넷과 게임을 구분하지 않고 △게임을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것에 반발하는 여론과 게임업계, 문체부 반대에 부닥쳤다. 복지부는 이후 인터넷 중독 하위 범주에 게임 중독을 포함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게임업계는 ICD 개정이 KCD 개정으로 이어지고, 이후 업계 매출 징수 등 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는 2013년 게임 사업자에 중독·예방기금 조성을 의무화하는 일명 '손인춘법'을 발의했다. 게임사 매출 1%를 강제로 징수하는 법이다. 같은 해 4월에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알코올, 게임, 도박, 마약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총리 소속으로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두고 보건복지부가 '중독관리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법안은 문체부와 게임업계, 일부 병원이 2011년부터 전국에 운영하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와 내용이 중복된다. 강제성이 높고 산업 징벌성 성격에 의료계가 주도한다는 점이 다르다.
문체부 관계자는 “KCD에 게임을 질병화하는 것은 문체부, 보건복지부는 물론 교육부 등 여러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15만명이 중독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전국 초·중·고교생 588만2790명 가운데 0.7%인 4만1179명이 게임 과몰입군 상태로 추정된다. 1.8%인 10만5890명은 과몰입 위험군이다.
WHO는 ICD-11 초안에서 △다른 취미보다 게임을 우선하고 △게임을 멈출 수 없으며 △문제가 발생해도 게임 시간을 늘리고 △개인, 사회, 가족 관계에 문제가 생김 등을 게임 중독 증상으로 제시했다. 중독을 규정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