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을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리다 보면 TV홈쇼핑이 나타난다. 지상파 방송 앞뒤로 TV홈쇼핑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청자 입장에선 TV홈쇼핑과 유사한 T커머스가 채널 곳곳에 배치돼 있어 쇼핑 채널이 지나치게 많다고 타박이다.
지상파 방송 시청률이 올라가는 시간엔 TV홈쇼핑 시청률이 낮을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시청 도중에 리모컨으로 채널을 수시로 돌리는 탓에 TV홈쇼핑과 T커머스는 호재를 누린다. 채널 순서대로 넘기는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재핑 효과다.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방송 시청이 가능한 8VSB에 TV홈쇼핑에 이어 T커머스를 추가할지를 놓고 플랫폼사업자와 T커머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찬반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디지털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는 디지털 특성상 채널 편성에 여유가 있어 TV홈쇼핑과 T커머스 채널이 많아도 PP의 채널 확보에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방송 시청이 가능한 8VSB는 사정이 다르다. 기존의 TV 홈쇼핑에 이어 T커머스가 추가되면 PP 입지가 줄어든다.
8VSB 전체 채널에서 TV홈쇼핑이 35%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블TV는 추가로 T커머스 송출을 허용해 달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홈쇼핑 점유율은 50%로 뛴다. 채널 바꿈 버튼을 두 번 누르면 한 번 꼴로 홈쇼핑이 나오는 셈이다.
디지털 방송 가입자는 TV홈쇼핑 등을 보기 싫으면 채널 건너뛰기, 선호 채널 입력 등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8VSB 사용자는 이러한 기능이 없어 그대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8VSB에서 T커머스 송출을 두고 사업자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사업자 간 입장은 명확하다.
그러나 정작 8VSB 시청자는 배제된 듯하다. 정부가 시청자 의견을 수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의사 결정에 앞서 시청자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청자에겐 볼 권리뿐만 아니라 보지 않을 권리도 있기 때문이다.
김지혜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