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고전 중인 미국 시장에서 2020년까지 8가지 스포츠유틸리티(SUV)를 새로 내놓고 시장 반격에 나선다.
당장 올해 판매 성장률은 4~5%에 그치겠지만, 중고차 가격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렌터카 등 플릿(Fleet) 판매를 축소하고, 판매 부진으로 누적된 재고를 크게 줄이는 등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한다.
이경수 현대차 미국법인(HMA)장(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 파운틴밸리 현대차 HMA 본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미국시장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올해 소형(B세그먼트) '코나'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모두 8가지 SUV를 쏟아낼 계획이다. 8개 모델은 △코나 △코나EV △싼타페TM(완전변경) △투싼(성능개선 모델) △넥쏘 신형 수소전기차 △LX2(프로젝트명) 중형급 △액센트 기반 QX 소형(A세그먼트) △JX 럭셔리급 등이다.
이 사장은 “2012년 정점으로 미국 내 판매량이 5년간 계속 줄었는데, 이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전체 미국 자동차 수요의 65%가 픽업을 포함한 SUV인데, 현대차는 액센트부터 제네시스까지 승용차 풀 라인업(제품군)만 갖췄을 뿐 SUV 종류는 투싼, 싼타페 단 두 가지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해에도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미국 판매(68만5천555대)는 전년보다 11.5%나 줄었다. 우선 미국법인은 코나를 다음 달 열리는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챔피언 결정전) 경기 광고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판매를 촉진하고, 내년에 중형 SUV LX2와 소형 SUV QX까지 더해 SUV 라인업(제품군)을 완성한다.
승용차 부문에서도 내년과 2020년에 각 그랜저 IG(현지 모델명 아제라)와 그랜저 신차를 미국에 들여온다. 아울러 수년 내 픽업트럭 모델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이 사장은 “본사에 (SUV 필요성을) 강력히 요청했고, 본사에서도 개발 쪽으로 승인이 났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시장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4.5% 많은 71만6000대로 잡았다. 미국시장 전체 차 수요가 지난해보다도 2% 가량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차는 소매 판매 증가율을 다소 공격적인 13%로 잡았다. 하지만 렌터카 등 플릿 시장 판매의 경우 작년 14만대에서 10만대로 30% 가까이 의도적으로 줄인다.
이 사장은 “소매 판매가 줄어들자 딜러들이 렌터카 판매를 늘렸고, 그 결과 중고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잔존가치가 떨어져 신차 판매에도 어려움이 가중되는 악순환”이라며 “올해 플릿 판매를 4만1000대 가량 크게 줄이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에 따라 미국법인은 적극적으로 재고 축소에도 나설 방침이다. 미국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 본사 계획대로 생산된 수량의 차량을 그대로 받아 딜러에게 넘기면 결국 딜러는 소매 시장에서 소화 못 하는 차를 플릿 시장에 공급하고, 이후 중고차 가격 하락과 신차 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재고부터 줄여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취임(작년 9월) 이후 본사에 '이렇게 계속 재고 부담 가지고 갈 수 없으니 생산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미국법인 재고가 많이 줄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한국에서 들여오는 물량의 재고를 완전히 없애 바로 수입해 판매하는 구조를 갖추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 재고를 포함해 모든 현대차 미국내 재고도 제로(0)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현대차 미국법인은 5~6월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판매 네트워크를 분리, 독립시킬 예정이다. 초기에는 겹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현대차 딜러망에서 제네시스를 분리하고 별도 딜러망을 구성해 따로 판매하겠다는 설명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