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 1984년에 나온 이 영화는 인공지능(AI) '스카이넷'이 지휘하는 기계 문명과 인간의 싸움이 주 설정이다. 참신한 스토리에 화려한 특수 효과와 액션이 더해지면서 전 세계에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웠다.
당시만 해도 AI는 다소 허황되고 먼 미래의 얘기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2018년 현재 AI는 일상이 됐다. 꾸준히 AI 기술을 개발해 온 결과다.
1997년 IBM이 개발한 AI '딥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과 대결했고, 2011년 또 다른 AI '왓슨'은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과 대결했다. 2016년엔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가 세계 바둑 최강자 이세돌과 대결하며 화제가 됐다. 당시 이세돌이 승리할 것이라는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현재는 구글, 애플, IBM,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AI 적용 분야도 전자제품, 금융, 의료, 유통 등으로 무한 확장하고 있다. 오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18'에서도 AI가 화제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주목받는 시대가 되면서 문득 걱정이 떠올랐다. '터미네이터'를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이다.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AI가 인간과 싸운다는 설정은 충격이었다. 이런 대결 구도는 '매트릭스' '아이로봇' 등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AI와 인간 대결이 과연 상상만으로 끝날지, 실제로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걱정 때문에 AI를 개발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AI 개발 속도에 맞춰 혹시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역효과 논의도 함께 시작했으면 좋겠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