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부의 최종 선고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부회장은 1년 가까이 구속 상태에 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은 최고 기업의 총수 자리로 복귀할 수도 있고 수감 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특검은 12년형을 구형했다.
1심에서 53차례, 항소심에서 17차례 공판이 열렸다. 특검과 삼성 변호인단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재판 과정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몇 번이나 했는지, 얼마나 비싼 말을 최순실 측에 지원했는지, 이 부회장이 차명 전화를 사용했는지까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복잡한 내용이 오갔지만 쟁점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이 부회장에게 인위의 승계 작업이 필요했는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정유라 승마를 지원한다'는 합의가 있었는가 여부다.
원심은 이 부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작업을 했고, 이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했다. 반면에 삼성은 '승계 작업'의 직접 증거는 전혀 나온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특검은 두 차례의 삼성 미래전략실 압수 수색과 수사에도 강력한 물증을 제시하진 못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요구에 응한 것이 경영권 승계 작업 대가라고 인식했느냐도 중요 포인트다. 뇌물죄의 여부를 가를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검과 원심은 '단독 면담과 지원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대가 관계에 묵시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면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떤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승계 포괄 작업' 지원의 대가로 인식했는지는 규명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최후 진술에서 “박 전 대통령이 도와준다고 제가 성공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 대통령에게 청탁하겠는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삼성 측 변호인단 역시 이 부회장을 포함해 삼성 관계자 누구도 현안 해결을 위해 청와대에 도움을 청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리해 보면 특검은 포괄적 정황에서 뇌물죄를 주장한다. 삼성 측은 유죄의 명확한 증거 없음을 내세우고 있다.
특검은 삼성이 승계 작업을 준비했고 박 전 대통령에게 대가를 얻기 위해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포괄적 판단을 내렸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은 핵심 쟁점에서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가운데 유죄가 선고된 것이라고 항변한다.
법원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판결 내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미 여론 심판도 받았다. 반(反)대기업 정서에다 적폐 청산 요구라는 그림까지 겹치면서다. 재판과 무관한 가십꺼리까지 노출되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선 권력자의 불편한 요구에 맞서지 못한 것이 큰 죄인가라는 인식도 분명히 존재한다. 산업계 일부에선 이 부회장 구명활동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제는 증거에 의한 법원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법정증거주의와 무죄추정 원칙을 지켜야 한다. 여론몰이나 정치적 고려는 다른 논란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이 부회장 판결은 앞으로도 나타날 정부와 기업과의 관계에도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 부회장 개인은 물론 향후 삼성의 경영에도 큰 변곡점이 될 법원의 최종 판결은 2월 5일 예정돼 있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