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자본금을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는 한국광물공사지원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부채를 늘려 내년 만기인 금융 부채를 지불하고 자본 잠식에서 벗어나려던 광물공사의 계획에 빨간불이 커졌다. 일각에선 '디폴트' 우려까지 제기됐다.
여러모로 이례의 부결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은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막혔다. 여야가 시급 법안 처리에 합의해서 열린 본회의다.
개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발의했다. 부결을 주도한 인물은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이다. 홍 의원이 관례를 깨고 “공기업도 실력이 없거나 경영을 잘 못하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홍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간사와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간사를 맡았다. 무리한 투자로 비롯된 공기업의 부채를 세금으로 보전해도 실효가 크지 않다고 봤다. 자원 개발을 바라보는 현 정권의 부정 시각이 엿보인다.
광물공사의 '미지근한' 태도도 괘씸죄에 걸렸다. 광물공사는 17개국에서 30여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공동 투자한 민간 기업은 프로젝트 지분을 전량 매각, 차익을 올렸다.
일부 지분을 정리해서 실탄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랐지만 광물공사는 그냥 움켜쥔 채 시간을 보냈다. 자원 외교 부실이 도마에 오른 지 5년이 지났지만 자산 정리에 소극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건'은 현 정부가 공기업에 보내는 경고장이다. '앞으로 방만한 투자는 없다' '공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부가 회생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우려되는 것은 자원 개발이라는 미래 사업이다. 공기업에 대한 부정된 인식으로 말미암아 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퇴색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해외 자원 의존도가 높다.
자원 개발 공기업이 부패와 부실의 온상이라는 인식은 금물이다. 공기업은 정부 입김에 휘둘린다. 태생상의 한계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공기업에 돌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부실은 버리되 자원 개발은 지속해야 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