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주차·충전분쟁 해소할 충전소 등장

충전기가 설치된 전기차 주차면을 일반 내연기관차가 점유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가운데 이 같은 주차(충전)분쟁을 해결할 지능형 멀티 충전소가 국내에 구축된다.

하나의 충전설비로 일반차량 주차와 상관없이 수 십대 전기차가 동시 충전하고, 이용자 편의에 따라 완속·급속 충전을 골라 쓸 수 있다. 기존 충전설비에 비해 구축비가 절반이라 사업성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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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제주지역본부 주차장에 설치된 지능형 멀티 충전소. 일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동시에 주차돼 운영 중이다.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는 충전기 전문업체인 모던텍과 공동 개발한 1:N 방식의 지능형 멀티 충전소를 다음 달 제주도 제주본부에 오픈한다고 20일 밝혔다.

용량 확장이 가능한 120㎾h급 충전설비에 20개 주차면 당 충전케이블이 달렸다. 충전설비는 하나지만, 주차면마다 케이블이 설치돼 일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구분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소비자 선택에 따라 완속(7㎾h)부터 중·급속(최대 30㎾h급)까지 충전 속도를 정할 수 있다. 하나의 케이블로 완·급속을 선택하는 형태는 최초다. 최대 충전용량을 30㎾h로 정해 충전량이 80% 이상이면 자동으로 속도가 대폭 줄어드는 급속충전(50㎾h)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경제성을 고려한 조치다.

이 충전소는 단순 충전뿐 아니라, 각종 편리한 기능도 갖췄다. 지능형으로 설계돼 10분은 급속으로, 나머지 완충까지는 완속충전으로 설정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충전이 급한 전기차 고객이 충전요금을 더 내면, 급속충전 순번을 앞당기는 등 별도의 서비스 운영도 적용할 수 있다. 이용이 잦은 전기차는 충전기가 해당 차량을 인식해 충전 패턴을 분석한 후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충전설비가 고장날 경우를 대비해 충전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별도의 백업 설비도 함께 구축됐다. 주차면마다 변압기나 과금용 모뎀 등 별도장치가 필요없기 때문에 기존 충전기에 비해 고장 확률도 낮고, 공간활용도도 뛰어나다.

지능형 멀티 충전소는 제주도 내 충전 주차 분쟁에 따른 고객 민원이 제기되면서 한전 제주지역본부에서 자체 예산을 투입, 중소기업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한 모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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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현 한전 제주지역본부장이 지능형 멀티 충전소를 설명하고 있다.

황우현 한전 제주지역본부장은 “내연 자동차 주차점유로 전기차 이용자들 불만이 확대되면서 일반차도 주차가능한 지능형 멀티 충전소를 개발하게 됐다”며 “완성도를 높인 이후 전국 아파트와 상업시설, 공용주차장 등으로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