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법 집행 강화는 세계적 추세다. 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국 불공정거래 기업 제재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들의 경쟁법 집행 강화 대상은 내·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국 기업이 아닌 글로벌기업이 '주요 타깃'이 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중국의 경쟁법 운용 역사는 비교적 짧다. 지난 2007년 반독점법을 제정·공포해 이듬해 시행했다. 불과 10년 동안 중국은 수많은 글로벌기업을 제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중국 반독점법 시행 이후 퀄컴, 구글, 코카콜라, 네슬레, 미쓰비시전기, 파나소닉을 비롯해 우리나라 삼성, LG 등이 제재를 받았다.
KDI는 “중국은 반독점법 집행을 위한 제반 제도가 정비되고 사건처리 기법이 향상되며 2010년 이후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강도로 반독점법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반독점법 집행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면서 “시진핑 정권은 시장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독점법 집행 강화가 핵심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의 움직임에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U는 지난 6월 구글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인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를 부과했다. 구글이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이용, 경쟁자에게 피해를 주고 자사 쇼핑·여행 서비스에 혜택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EU가 '밀린 세금'을 과징금으로 받는다는 해석이 나왔다. EU와 구글 간 조세회피 논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과징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과세 문제는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고,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불공정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보다 '확실한 수단'이라는 평가다.
EU는 구글 외에도 스타벅스, 아마존, 맥도날드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도 조사 중이다. 구글에 앞서 EU는 애플, 인텔, 페이스북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모두 글로벌기업으로 활동하는 미국 업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경쟁법 집행 강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주요 감시 대상은 글로벌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도 불공정 글로벌기업에 대한 감시·제재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