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공포 확산..2050년 인류 1000만명 사망 경고

항생제 내성균, 일명 '슈퍼박테리아' 공포가 확산된다. 단일 국가를 넘어 세계 공동체가 함께 대응하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1000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도 체계를 갖춘 항생제 사용, 감염 관리,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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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

2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병원들에 따르면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피해가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은 치료제 개발, 관리 대응 전략 마련 등 분주하다. 우리나라는 지원 규모가 작고 연구개발(R&D)에 무관심, 슈퍼박테리아에 취약한 국가로 지목된다.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 내성으로 어떠한 약도 듣지 않는 감염 균이다. 인류가 해로운 균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다 보니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발표한 '항생제 내성균 보고서'에는 세계 약 70만명이 슈퍼박테리아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관련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는 100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조달러(약 12경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근본 해결책인 치료제 개발은 쉽지가 않다. 10년 가까이 걸리는 R&D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관련 시장은 크지 않다. 암, 고혈압, 당뇨, 뇌혈관 질환 등 시장 규모가 큰 곳에 기업이 투자한다. 후보 물질 발굴도 쉽지 않다. 1980년대 40개에 육박하던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받은 신규 항생제 수는 2010년 들어 10개도 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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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 신고건수

보건 당국도 슈퍼박테리아 감염 확산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5월 이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웹통계시스템에 신고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중(CRE) 신고 건수는 4958건에 이른다. 지난해 신고 건수(1455건)와 비교해 세 배 이상 늘었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슈퍼박테리아는 사실상 치료제가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 차원을 넘어 주변인까지 감염시키는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우리나라는 항생제 처방은 높지만 신규 항생제 사용에는 보수성이 강해 감염이 발생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FDA는 항생제 신약 물질 심사 완화, 시장독점권 혜택 등으로 신약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미국 감염학회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10종의 신규 항생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항생제 개발 촉진법도 마련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 예산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한 예산만 약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03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관으로 10년 장기 '국가 항생제 안전관리사업'을 추진했다. '제2차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기술 개발 추진 전략'을 발표, 2017~2021년 항생제 내성 진단법과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

우리나라 민간 기업은 내성균 항생제 개발에 무관심하다. 우리나라는 신약 항생제 건강보험 약가가 낮게 책정됐다. 단순 항생제가 아닌 내성균 대응이라는 가치가 수가에 반영되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 제약사가 개발한 슈퍼박테리아 치료제는 없다. 국내 대형 제약사도 판매를 포기하거나 일부 중소벤처 기업만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시장성을 이유로 기업이 투자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정부 R&D 투자도 제한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정부가 슈퍼박테리아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투입한 예산은 35억원에 불과하다. 내년도 유사한 수준이다.

손 교수는 “수가 문제 등으로 내성 항생제 환자를 치료할 2차 병원, 요양병원은 사실상 전무하다”면서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차원의 관리 방안과 R&D 장기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세계 기구의 슈퍼박테리아 현안 논의에 우리나라도 참여,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