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이 올해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체급을 좁히지 못했다. 세계 게임시장이 사실상 단일 마켓 경쟁으로 변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산업이 더 적극적으로 덩치를 불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26일 2017년 3분기 누적 매출 기준 중국 게임사 1~3위, 한국 게임사 1~3위를 비교한 결과 한국 게임사가 지난해에 비해 약 1%포인트(p) 중국 게임사를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게임사 중 텐센트, 넷이즈, 창유는 올해 3분기까지 약 17조4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한국 게임사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은 약 4조8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중국의 27% 수준이다.
중국 게임업계는 텐센트와 넷이즈가 전체 매출 비중 중 70% 이상을 점유한다. 그 뒤를 창유, 완미시공(퍼펙트월드) 등이 잇는다. 특히 텐센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원 이상 매출을 추가했다.
한국 게임 3강은 1년 동안 크게 성장했다. 빅(BIG)3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는 3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에 근접하거나 이미 넘었다.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격차를 줄이지 못한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체급 차이가 고착화 되면 결국 세계시장에서 M&A 이슈 등에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중국 게임사가 한국 게임사를 인수하려는 '본진 공격'이 시작되면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텐센트 등 중국 주요게임사는 최근 2~3년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실행했다.
텐센트는 2015년, 2016년 각각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을 인수했다. 올해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로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블루홀 인수를 추진하며 외곽에서 5% 남짓한 지분을 획득했다.
2010년 이후 국내 게임업체 중 상장사 기준 엠게임, 와이디온라인, 조이시티 등 중견 게임사사가 중국 자본 인수 시도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게임사는 최근 해외 주요 M&A에서도 중국에 연달아 패했다. 넥슨은 2011년 라이엇게임즈 인수전에서 텐센트에 밀렸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이스라엘 소셜카지노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알리바바 등 중국 컨소시움에 매물을 내줬다.
올해는 한국 게임산업은 3월 이후 중국 수출 실적이 없다. 중국이 사드 배치 이후 한국게임 판호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게임사는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0위권에 약 절반을 차지하는 등 국내 시장 점유율을 넓혔다.
위 교수는 “내수를 과점한 빅3는 해외에서 M&A를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야한다”면서 “중견게임사는 배틀그라운드 등 선례를 참고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 게임산업 체급 차이는 그동안 내수 시장 크기에 따른 한계로 인식되어 왔다. 뉴주에 올해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게임시장 24%를 점유하는 최대 마켓이다.
모바일게임으로 산업 중심이 넘어오며 세계 게임시장은 단일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PC게임 플랫폼 '스팀'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온라인게임 시장도 국경이 무의미해졌다. 배틀그라운드는 중국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 하지 않았지만 스팀 서버 이용자 중 중국 국적 이용자가 가장 많다.
김정대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미국에서 시작한 게임산업·문화가 일본과 한국을 거치며 중국에서 정점을 찍었다”면서 “체급차이를 유의미하게 줄이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게임이 문화산업이라는 측면에서 거대한 흐름에 변화를 주는 산업·문화적 분기점을 우리나라가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표1> 2017년 3분기 누적 중국·한국 게임 3강 매출 비교, 출처: 각사, 텐센트·넷이즈는 게임 부문 매출
표2> 2016년 중국·한국 게임 3강 매출 비교, 출처:각사, 텐센트·넷이즈는 게임 부문 매출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