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의 시작 절차로 공청회를 열었지만, 농축산업계의 강한 반발로 중단됐다. 정부는 공청회 요건을 갖췄다고 보고 한미 FTA 개정협상 절차에 들어갔다. 반대 측은 공청회 무산을 주장해 논란을 예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미FTA 개정협상 관련 공청회를 열고 '한미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무역적자 규모 축소를 비롯해 자동차, 농업, 서비스시장 등의 추가 개방을 요구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 제조업 추가 개방이 우리나라 실질 GDP 증감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담았다.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제조업이 추가 개방되더라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분석했다.
예정된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은 FTA 개정 협상을 반대하는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시위로 무산됐다. 협의회는 '농축산인 다 죽이는 한미 FTA 폐기 요구 기자회견'을 연 뒤 공청회장에 진입해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 결과를 가져왔다는 내용 등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발표하자 “거짓말 하지마” 등을 외쳤다. 농축산 피해 분석과 대책 마련 이후 공청회를 다시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자가 연단에 계란을 던지고 조명을 끄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공청회는 이후 재개하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는 '통상조약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FTA 개정협상을 개시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산업부는 행정절차상 공청회 요건에는 부합한다고 보고 공청회와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반영해 한미 FTA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한다고 밝혔다. 농축산업계에 대한 추가적 의견수렴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으로 농축산업계 대상 간담회 개최하기로 했다. 박정성 통상정책총괄과 과장은 “행정절차법상 공청회 요건에 부합한다고 보고 후속 조치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대 측은 공청회가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은 “행정절차법상 공청회는 토론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규정했다”면서 “설령 농축산민의 항의로 중단돼도 오늘 공청회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