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외교 결산]한미 공조는 '두텁게', 통상 압박은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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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명동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 방한 뉴스를 보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박 2일 간 국빈 방한 일정을 마치고 8일 다음 방문지 중국으로 떠났다. 미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에 대한민국 국회 연단에 선 데 이어 예정에 없던 비무장지대 방문을 시도하는 등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문제 해결'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했다. '코리아 패싱' 우려도 불식하며 동반자로서 한국의 위상을 확인했다. 방한 이전부터 줄 곧 강조한 우리나라와의 '무역 불균형' 개선과 관련해선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협상가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우리 측은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항구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경제 측면에서는 뚜렷한 실익은 얻지 못했지만 한미 통상 갈등을 확대하지 않는 선에서 방어하는 성과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대북 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나라의 협력을 강조했다. 강력한 힘을 기반으로 대북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을 호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첫 공식 방문지로 평택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택했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장소다.

이어 청와대로 이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단독·확대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어떤 추가 도발도 한미 동맹의 확고하고 압도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했다. 지난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한미 두 나라는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의 완전 해제에 합의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확대하기로 하고 한국의 최첨단 군사정찰 자산 획득·개발 협의를 즉시 개시하기로 했다.

'코리아 패싱' 우려도 불식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나라로,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국내 보수진영 일각의 '코리아 패싱' 우려가 기우임을 확인시켰다.

방한 이틀째는 예정에 없던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시도했다. 기상 문제로 취소됐지만 한국 방어에 대한 안보 공약을 다시 확인하고, 북한에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효과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도 북한 문제에 많은 비중을 뒀다. '힘'을 바탕으로 강력한 대북 제재를 행사하고 여기에 러시아,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참여를 호소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를 과소평가하지도 시험하지도 말라”며 북한 김정은 체제에 직접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모든 국가들,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 체제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하며, 모든 무역과 기술관계를 단절할 것” 촉구했다.

한미 정상외교에서 통상 현안은 안보 분야에 비해 덜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첫 순방지 일본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와도 '무역 불균형'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번 방한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등과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원론 수준에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갈등을 표면화하는 대신 경제 실익을 챙기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7일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회의(정상회담)가 잘 풀려 우리가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바란다”면서 “그것이 바로 내가 여기 있는 이유의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과의 안보 협력과는 별개로 자국의 경제 이익 추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미 정상외교를 놓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일부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상회담 결과에 “국가 안보를 위해 대단히 환영한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철통같은 방위 협약에 대한 확인과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에 대한 안전해제 등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국회연설 관련, “대한민국 국회에서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한다는 것은 큰 의미”라며 “국회에서 다시 한 번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천명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연설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북한 정권 비난과 강력한 경고, 포용정책은 실패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설 직후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항구적 평화체제 모색 등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핵 문제 해결의 평화적·항구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것을 한미 정상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통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압박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단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이의를 제기한것으로 평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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