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방사광가속기 운영권 놓고 포스텍·KIST 격돌

포항 방사광가속기 운영주관기관 후보가 포스텍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 좁혀졌다. 3·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사업비 6000억원이 투입된 '꿈의 실험장치'다. 물질의 근본 구조를 해석할 수 있는 선진 장비다. 대규모 국비가 투입됐지만 민간(포스텍)이 소유하다 올해 9월 국유화됐다.

처음 실시되는 위탁 공모에서 운영권을 따내면 연구기관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두 기관 간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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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 구축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전경

8일 과학계와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달 말 마감한 '방사광가속기공동이용연구지원 연구개발사업 운영주관기관 모집공모'에 포스텍과 KIST가 지원했다.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면 최장 5년 간 경북 포항에 구축된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위탁 운영한다. 정부 출연금 약 590억원을 지원받는다. 과기정통부는 연내에 운영기관을 선정할 방침이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가속한 전자에서 나오는 빛(방사광)으로 물질의 미세 구조, 현상을 관찰하는 장비다. 4세대 가속기는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만 보유한 선진 장비다. 현재는 포스텍 산하 포항가속기연구소가 관리한다.

정부는 올해 시설을 국유화, 첫 위탁 운영 공모를 실시했다. 3·4세대 가속기 건립에는 국비만 46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운영에도 연간 수백억원이 들었다. 소유, 운영을 사립대인 포스텍이 맡아와 논란을 빚었다. 결국 올해 9월 기부채납 방식으로 국고 환수하고 위탁 운영 공모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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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방사광가속기 전자총.

복수 기관이 공모에 참여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각 기관이 가속기 운영 개선책과 연구개발(R&D)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그간 포스텍이 고정 운영하던 것보다는 체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수 응모가 가능했던 것은 연구기관이 얻는 실익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 이득은 크지 않지만 연구기관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소는 대부분 크고 작은 가속기 시설을 갖췄다. 선진 장비가 있으면 우수 연구자가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

가속기 위탁 운영에 신규로 도전한 KIST 역시 '기관 위상 제고'를 목적으로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갖는 공공성과 높은 투자 의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3세대 가속기 시설 개선에 자체 비용을 투입하고, 4세대 가속기 활용성을 높인다. 가속기 데이터를 활용한 R&D 실적도 많은 편이다.

포스텍은 풍부한 운영 경험이 강점이다. 3세대 가속기를 1994년부터, 4세대 가속기를 2015년부터 도맡아 운영했다. 가속기 구축에도 참여했다. 가속기 분야서 20년 넘는 경험을 축적한 셈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가속기는 기부 채납으로 국가 재산이 됐기 때문에 두 기관 중 어떤 곳이 선정되더라도 소유권은 과거와 다르다”면서 “원칙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심사를 거쳐 운영주관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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