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애물단지 전락한 '길거리점포'...내년까지 500곳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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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내년까지 애물단지로 전락한 '길거리 점포'를 500곳 줄인다.

KT와 재협상을 통해 점포 축소와 운영비용 인하에 합의했다. 길거리 점포 방문이 활발한 곳과 도서산간지역 등 기업은행 점포 접근성이 낮은 지역은 운영을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길거리 점포 정리시 들어가는 비용부담과 800여개 점포 운영비가 계속 적자로 쌓일 수 밖에 없어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현재 전국 길거리 점포 1296곳을 내년까지 800여개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미 올해 길거리 점포 자동현금입출금기(ATM) 50여대를 철수했고 연말까지 200여개를 추가로 줄인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250개 길거리 점포를 축소해 2021년까지 800여개 수준을 유지한다.

기업은행은 2011년 KT링커스와 함께 노후화한 공중전화 부스를 리모델링해 무인 '길거리 점포'를 만들었다. 개인고객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지점이 부족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조준희 전 행장 아이디어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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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ATM과 자동심장충격기(AED)를 배치해 공공이익에 일조하는 은행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KT링커스도 부스에 태양광 발전시설, 무선 공유기, 광중계기, LED 전광판 설치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오프라인 ATM 이용자는 빠르게 감소했다. 게다가 몇년 새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 무인점포가 생기자 관리감독까지 소홀해져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CD·ATM 감소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15년 말 국내에 설치된 CD·ATM 수는 12만1344대로 2013년 최고치(12만 4236대)를 기록 후 2년 연속 감소했다. 금융서비스 이용채널에서 CD·ATM기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3년 40.7%에서 2016년 9월기준 36.2%까지 떨어졌다.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현금 거래 증가가 원인이다.

높은 운영비도 문제로 지적됐다. KT와 이례적으로 10년 장기계약을 맺고 있는 결합점포는 타 ATM기기와 달리 KT링커스에 내는 임차료와 제작비, 광고비용 등이 추가로 들어 운용비용도 비싸다. 한해 드는 비용이 길거리점포 하나당 2400만원 정도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길거리 점포는 201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1460억원의 손실을 냈다. 2021년까지 800개 점포를 운영할 예정으로 손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향후 철거 비용은 기업은행과 KT 양사 간 협의를 통해 분담한다. 비용은 길거리 점포 하나당 약 200만원정도로 내년까지 운영비 외 1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용 연한이 5년인 ATM기기를 교체해야 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기기를 도입하는 대신 일부 길거리 점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했다”며 “길거리 점포에 대해 일부 비판이 있긴 하지만 실제 영업지점 혼잡도를 낮추고 고객 접점 확대 등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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