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혁신모험펀드 10조원 투입...벤처투자 시장 세계 3위로 키워 혁신창업 생태계 지원

정부가 2일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에는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해 혁신창업 생태계에 대규모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등 벤처투자자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벤처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벤처강국 미국과 중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다.

대출 형태 자금조달에 의존하는 창업 생태계의 금융 관행을 개선하고, 민간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정부 재정과 정책자금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그간 정부 주도로 조성해 온 혁신창업 생태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폭적 지원책이 대거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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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 혁신모험펀드, 美·中 수준 벤처투자 시장 확대

우선 10조원 규모 혁신모험펀드를 추가 조성한다. 기존 펀드에서 회수한 재원과 정부 재정 투입, 정책금융 등 3조원 가량을 투입해 민간 자금 7조원을 추가로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다. 재정·정책금융이 제공했던 모험자본 시장 마중물 역할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벤처투자 규모를 미국, 중국 등 벤처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주요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간 정부의 모태펀드 출자 확대 등으로 커진 벤처투자 시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다.

실제 한국 경제에서 벤처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GDP의 0.13%에 불과하다. 3년간 10조원을 추가로 공급해 2022년까지 벤처투자 비중을 0.23%까지 늘릴 계획이다. 벤처강국인 미국(0.33%), 중국(0.24%)에 준하는 수준으로 자금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혁신모험펀드는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에 설치·운영된다. 주목적 투자 분야 등 세부 운영방안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다음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중복 투자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벤처투자 모험성 확대를 위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 투자 대신 보통주 투자 비중이 커지도록 펀드 구조를 설계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모태펀드는 엔젤투자, 액셀러레이터, 초기 벤처캐피털(VC) 등 초기 분야 투자에 성장사다리펀드는 일반 벤처캐피털(VC)과 프라이빗에쿼티(PE) 등 성장단계 투자에 각각 집중하는 형태로 펀드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모태펀드에는 피투자기업 고용성과에 비례한 성과보수 제도를 도입해 일자리창출 우수기업과 지방기업 투자 유인을 확대하고, 사회적기업·지적재산권(IP) 특화 펀드를 조성하는 등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정책지원 기능을 강화한다.

또 벤처투자만으로는 부족한 혁신성장 기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성 대출프로그램도 대폭 강화한다. 혁신모험펀드로부터 투자받은 기업에는 신·기보가 무보증 대출을 병행하는 등 20조 규모 신규 대출프로그램을 신설한다.

◇규제완화, 법령통합...모험회피 VC 체질 바꾼다

대규모 자금 공급과 함께 혁신기업에 자금을 투자할 벤처캐피털 시장도 '벤처투자촉진법'을 제정해 전면 개선한다.

창업투자조합, 벤처투자조합으로 나뉘어 있던 벤처투자 시장을 벤처투자조합으로 일원화한다. 모태펀드가 출자하지 않은 민간주도 투자 조합에는 규제 적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결성이 늘고 있는 신기술투자조합에 대해서도 투자 내역을 정기 보고하도록 해 정책 분석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동시에 신규 창업투자회사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자본금과 전문인력 요건도 크게 완화한다. 액셀러레이터에도 벤처펀드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해 벤처투자 시장 저변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공모창업투자조합 관련 조항도 손질한다.

자금운용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그간 벤처투자가 제한됐던 숙박·음식점업·부동산업 등에도 벤처투자가 가능해 진다. 사행성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투자가 가능해 지는 셈이다. 창업기업에 대한 의무투자 비율도 창투사 규모에 따라 차등화해 다양한 영역에 투자하는 VC가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은 “이번 대책으로 연 투자 3조원, 운용규모 30조원이라는 벤처투자업계 숙원을 풀 수 있게 됐다”며 “이제는 혁신창업 생태계도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발전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간 자금 유인책 마련이 숙제...회수시장 대책 마련 집중해야

정부는 전폭적 자금 공급과 함께 규제 완화를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내걸었다. 정부 중심 투자 관행을 민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실제 정부가 예고한 10조원 혁신모험펀드 가운데 7조원은 민간 출자자가 공급할 몫이다.

정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출자를 꺼리던 대기업도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설치해 생태계를 겪고 난 이후에는 투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을 내건 만큼 민간 자금 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코스닥 활성화,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 등 투자 회수를 위한 개선책은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연기금과 대기업 등 주요 출자자의 벤처투자 시장 진입을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대책에 코스닥·코넥스 등 회수시장 관련 구체적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다음달 중으로 '코스닥 시장 중심 자본시장 혁신방안'을 내놓겠다는 계획 외에는 이렇다 할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자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민간 출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해 재투자할 수 있는 코스닥·M&A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고는 민간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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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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