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형 VR 직접 해보니..."필리핀 빈곤층 가정 직접 간 듯 생생"

#. 필리핀 팔라완 지역의 수상가옥. 뜨거운 햇살 아래 빛나는 바다와 구름 한 점 없이 쨍하게 파란 하늘이 생각나는 유명 관광지이지만 이 곳에는 집과 집을 연결하는 나무 다리 아래 각종 쓰레기가 쌓여있다. 아이들은 자칫하면 발을 헛디딜 정도로 폭이 좁고 빈약한 나무 다리를 용케 잘 다닌다. 다리 아래 뒤엉킨 형형색색 쓰레기 위에는 하얀 강아지가 먹을 것을 찾는지 여기저기 기웃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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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팔라완지역 수상가옥 모습을 담은 한국컴패션 VR 콘텐츠 '컴패션아이'의 한 장면. (사진=한국컴패션)

해외 빈곤 아동의 생활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콘텐츠가 국제구호단체를 중심으로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현지 환경을 촬영해 정보를 제공했지만 VR 기술을 적용하면 좀 더 입체감 있고 생생하게 현지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은 기존 VR에 사용자가 시선을 이동시켜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참여형 VR 콘텐츠 '컴패션아이(Compassion Eye)'를 제작했다. 팔라완에 거주하는 컴패션 후원 어린이 '레이버'(11세)의 집을 방문해 가난의 현장을 보고 어린이 후원에서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여의도 IFC몰 L3 사우스아트리움에서 열리는 한국컴패션 일반인 홍보대사(VOC) 활동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처음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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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컴패션(대표 서정인)은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여의도 IFC몰 L3 사우스아트리움에서 열리는 한국컴패션 일반인 홍보대사(VOC) 활동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참여형 VR 콘텐츠 '컴패션아이'를 처음 공개한다. 컴패션 직원이 해당 영상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한국컴패션)

영상에 등장하는 레이버가 거주하는 지역에는 학교에 가는 대신 쓰레기를 뒤져 플라스틱을 팔아야 하는 극빈층 어린이들이 산다.

황혜임 한국컴패션 프로모션팀 과장은 “후원자가 직접 후원국가와 후원 어린이 가정을 방문하는 '비전트립'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현지 실상을 생생하게 느낄 기회가 많지 않고 안전, 접근성 문제 등의 이유로 일반인 참여가 제한되는 지역도 있다”며 “VR 영상에 등장하는 팔라완 수상가옥 마을은 여러 이유로 한국 후원자가 방문하기 힘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VR 기기를 착용하면 레이버를 따라 바닷가, 수상가옥 마을, 골목길, 레이버의 집 앞, 거실, 방을 이동하며 둘러볼 수 있다. 사용자 시선에 맞춰 '+' 모양의 아이콘이 이동한다. 영상 내에서 다음 단계로 이동하거나 원하는 콘텐츠를 재생시킬 때 해당 버튼에 아이콘이 겹치도록 시선을 이동하면 자동 실행된다. 배우 엄지원 씨가 나레이션에 참여했다.

액션카메라인 고프로 6대로 촬영해 360도 영상을 지원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각 수상가옥을 연결하기 위해 나무를 덧대 만든 좁은 다리 위에 직접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닷가에 인접한 가옥 아래가 시커먼 진흙과 쓰레기로 엉켜있는 모습, 그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마치 바로 눈 앞에 있는 듯 생생하다.

사용자는 집 안에서 레이버의 보물을 찾기 위해 집 안 여기저기를 둘러볼 수 있다. 현지 빈곤층 가정의 생활 모습을 가까이서 세세하게 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박효정 한국컴패션 컨설턴트(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심각한 가난의 정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며 “왜 후원을 해야 하는지, 후원자를 통해 후원 어린이를 양육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등 단순 비용 지원을 뛰어넘은 후원의 의미를 깨닫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컴패션은 추후 각 후원국가의 컴패션센터에서 후원받는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모습 등 다양한 VR 영상을 제작해 보급할 계획이다. 레이버의 생활 모습을 담은 이번 콘텐츠는 향후 별도 서비스할 웹 페이지에서 PC 버전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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