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리포트] 블록체인 시대가 온다

블록체인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정부 가상화폐 ICO 금지조치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과 가트너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로 블록체인을 선정했고, 미래학자 돈 탭스콧은 “지난 30~40년을 지배해온 인터넷처럼 향후 30년 이상 블록체인이 모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제 블록체인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셈이다.

◇ 보안성·투명성·신속성·비용절감…'다재다능'한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2008년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거래 시 P2P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중 지불을 막는 데 사용되면서 유명해졌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 및 관리 권한을 중앙기관 없이 P2P 네트워크에서 분산시켜 블록(Block)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분산화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 사용된다.

매 10분마다 새로운 거래정보를 담은 블록이 시간 순으로 계속 연결되므로 '블록체인'이라 부른다. 블록체인 내 정보를 조작하려면 참가자 과반수를 해킹해야 하기에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신뢰기관 없는 P2P 신뢰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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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구조에선 정보가 네트워크에서 분산되므로 중앙 서버에 모든 것을 보관하는 것보다 보안성이 높다. 모든 참여자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거래기록이 개방돼 투명하며 제 3자 공증이 필요 없어 불필요한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시스템 통합에 따른 복잡한 프로세스와 인프라 비용도 줄고 거래 승인 기록이 다수 참여자에 의해 자동으로 실행돼 빠르다.

◇ 전 산업에 다가온 새로운 기회

IDC는 블록체인 기술로 금융업계 비용절감 규모가 2022년 약 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는 블록체인 관련 비즈니스 규모가 2022년 1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활발히 활용되고 있지만 공공서비스와 헬스케어 등 타 분야에서도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 및 디지털화폐 기술을 활용해 은행 업무 간편화 및 규제비용을 줄였고, 청산•결제 시 제3자 검증 불필요, 계좌 조정 및 분쟁 해결절차 축소, 해킹 등 금융사기 방지 비용도 절감시켰다. 은행과 증권관련 금융기관은 실제 금융거래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에선 씨티은행이 자체 가상화폐인 씨티코인 시스템 개발에, 나스닥은 전문투자자용 장외시장(Nasdaq Private Market)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고, 도이치 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 및 표준화 추진을 위해 글로벌 은행과 R3 간 제휴를 맺었다. 일본 SBI홀딩스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을 제공하는 리플과 합작 투자해 'SBI Ripple Asia'를 설립했으며, BOC 홍콩홀딩스는 모기지 절차의 효율성 개선과 자산 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5개 은행(IBK기업•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을 중심으로 2016년 R3 CEV 컨소시엄에 순차적으로 가입하고 공동연구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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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금융권에서는 방송통신, 소비재 및 산업 생산물,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공공부문, 에너지 및 자원, 스마트 계약, 자동 회계감사, 사이버 보안 등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신뢰기관의 역할을 대체하며 새로운 산업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모든 기록 즉, 소유권과 금융, 등록, 보험, 서비스 거래 등을 추적할 수 있고, 의료 산업에서는 보험업자와 의료기관, 환자를 연결할 수 있다. 디지털저작권 분야에서는 음악파일 사용기록을 공공 블록체인에 기록해 음악가는 자신의 음악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표하면 데이터와 이용 조건을 관리할 수 있다. 스마트 계약으로 저작료도 실시간 분배된다. 기업도 유기적으로 협력해 산업 매시업(Mash up)이 가능해지고 사물인터넷(IoT)과 융합하면 산업용 자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 IT 기업들, 주도권 쟁탈전 돌입

블록체인 기술은 IT와 결합해 다양한 산업에서 효과를 높일 수 있어 IT 기업에는 기회이다. 이에 글로벌 기업 외에도 특히 IoT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M은 하이퍼레저(Hyperledger) 컨소시엄과 함께 전 산업에 활용 가능한 범용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산업용 표준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오픈 소스 기반 사용자 정의 스마트 계약 및 암호화, 인증 아키텍처를 설계 중이다. 미주 금융기관과 런던증권거래소, 일본증권거래소, 월마트, 머스크, 유럽 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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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기업 정보 유출을 막고 기업 운영에 적합한 블록체인 플랫폼 '코코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코코 프레임워크는 신뢰된 실행환경(TEE)과 대다수 운용체계(OS)에서 동작하며, 초당 1600개 이상 트랜잭션 처리 속도와 목록화된 거버넌스 모델로 블록체인 시스템 관리를 할 수 있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과 블록체인을 결합하고 있다. DBMS뿐만 아니라 전사적 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등 기업 내 비즈니스 데이터 관리 영역을 블록체인과 결합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범용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인 '넥스레저(Nexledger)'를 개발해 올초 금융사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상용화하고 국내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에도 적용 중이다. 또 삼성SDI 해외법인 전자계약 관리업무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글로벌 환경 제조산업에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블록체인, 생체인증, 페이먼트 등의 기술을 접목시켜 금융뿐만 아니라 공공, 제조, 물류, 유통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과 융합해 디지털 금융 컨시어지 서비스 및 사물인터넷, 스마트 카 시장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 C&C는 물류, 의료, 공공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SK C&C는 각종 거래 증빙을 종이에 의존하고 있고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 형태가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는 '물류 분야'와 개인정보보호 등 각종 규제로 IT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신뢰가 필요한 '의료분야'를 블록체인의 큰 잠재 시장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전자서명 이미지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KT는 올 11월 모바일 상품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오픈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포인트뿐만 아니라 상품권•가상화폐 등 다양한 전자화폐 유통과 직거래까지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금융거래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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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하는 컨소시엄

블록체인은 여러 참여자 간 장부를 공유하는 형태로 구현되므로 기술력을 높이려면 컨소시엄 형태 개발이 중요하다. 이에 기업은 각 컨소시엄에 가입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금융회사는 핀테크 기업 및 IT 기업과의 제휴 혹은 투자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R3 CEV는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으로 BOA, 씨티, 골드만삭스 등 50개 금융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 블록체인 업체인 R3와 제휴해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하이퍼레저는 IBM, 시스코, Ripple 등 비 금융권 IT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리눅스 재단 산하 오픈 소스 기반 블록체인 표준을 개발 중이다. 쉔쉔(Shenshen)은 핑안 은행, 텐센트 등 31개 중국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 해결해야 할 과제들

이제 시작 단계인 블록체인은 세계 모든 기업에 기회가 열려 있다. 하지만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적 안전장치, 업계 인식 개선과 더불어 기술 개발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보장해 주는 제3의 외부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참여자 간 서로 다른 의견이 발생하면 조정하는 시스템이 없다. 그러므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금융기관 ICT 시스템은 처리속도, 해킹방지, 위변조 방지 불법적 거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전용선, 폐쇄망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관리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집중식, 폐쇄적 금융 ICT 감독 체계는 블록체인 기술의 효과적 적용이 어렵다. 그러므로 분산•개방형으로 전환하는 규제완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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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가상화폐 ICO 전면금지 조치로 관련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김형주 이사장은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과 이해부족을 노린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과 규제는 더 강력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면 안 된다.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사전 검증과 적발, 조치 및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문 기술인력 양성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지금은 기술우위국과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려면 관련 분야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을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순간 우리 곁에 블록체인이 왔다. 아직 대중화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인터넷 강국의 기치를 블록체인에서 다시 올려야 할 때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향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hyuangseon.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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