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의 뿌리, 원천 소재에 미래 달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소재부품 무역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상반기 소재·부품 수출입 규모는 수출 1344만달러, 수입 814억달러로 각각 나타났다. 무역 흑자 또한 530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2011년 3분기 이래 6년 만에 수출 성장률 11.0%로 두 자릿수 대 증가율로 진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핵심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무역에서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외형 성과 중심의 현 연구개발(R&D) 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재료연구소 소재기술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국 특허청 소재 분야 특허 등록 건수는 해마다 지속 증가해 2015년에 722건으로 세계 4위, 전체 점유율 5.9%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특허 질 수준의 판단 기준이 되는 특허영향지수(PII)는 0.58로 세계 평균(1.05)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국내 대부분의 연구가 외형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내실이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의 외형 성장을 위한 패스트 팔로 전략으로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초연결, 초고령, 기후 변화, 재해·재난 안전 등으로 표현되는 미래 사회 메가트렌드에 대응하는 원천소재 개발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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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재 개발은 지금까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후방 부품 연구에 집중, 전방 원천 기술 연구를 다소 도외시했다. 이는 원천 기술 부재로 인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특정 국가와의 무역 적자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러한 소재 산업 환경의 악순환을 끊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원천 소재 개발국으로서의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소재 분야 R&D 투자 포트폴리오의 내실 변화가 요구되며, 연구자 아이디어를 중요시하는 소재 탐색 적극 추진 등 연구를 공세로 이끌어야 한다. 혁신 원천 소재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실험 과정에서 창출되는 경우가 대다수며, 소재의 장점을 융합한 복합 물성 연구는 신개념 패러다임 도입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서 미래 지향형 소재 연구는 연구자 아이디어를 적극 채택함과 동시에 분야나 연구 방법에 제한 없는 도전형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가 도전할 목표를 세우고 창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정부 정책과 실질 지원이 중요하다. 때마침 정부에서는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도전형 소재 기술 개발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원하고 있으며, 신 연구 방법론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미래 소재 디스커버리 사업' 예산이 매년 증대되고 있다. 이처럼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원천소재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원천 연구 예산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소재 기술 발전을 위해 창의 아이디어 선발 외 연구 환경의 근본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까지도 국가 주도의 중장기 대형 연구 사업에서 하나의 연구 주제에 대해 중복 연구를 지양하는 관행으로 인해 선정되지 못한 연구자가 원하는 연구를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국가 인력 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더군다나 국가 연구 사업이라는 그늘 아래 독점 형태의 연구 수행은 미래 원천 소재의 획득 가능성 및 다양성을 저해함은 물론 연구 실패 시 타 국가보다 소재 기술 수준이 뒤처지게 되는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등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초기 과제 선정만 된다면 손쉽게 다년차 연구 수행이 가능한 현 시스템의 약점이며, 이러한 부분을 개선함은 물론 관련 분야의 연구자 간 긴밀한 네트워크 연구 수행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국가 주도 R&D 사업으로 거듭나도록 기획·추진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왜 원천 소재를 개발하지 못하는가' 하는 푸념 대신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도전 및 혁신형 원천 소재 연구 수행을 위한 네트워크가 긴밀한 새로운 연구 플랫폼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서 세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서 진정한 면모를 보일 때다.

세종대 김선재 공대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산학협력단장) sjkim1@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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