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아이폰8 예판 유통점 “파리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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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아이폰8 플러스 예약판매가 개시된 첫 주말, 이동통신 유통점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매년 4분기는 아이폰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소비자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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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8 사전 예약이 27일 시작됐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시장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KT올레스퀘어에서 고객이 예약판매 상담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아이폰 예판 실감 못해

이통3사는 27일 오전 9시부터 아이폰8 시리즈 온·오프라인 예약판매를 개시했다. KT는 “오전 9시 예약판매를 시작해 30분 만에 1차 물량 5만대가 매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이폰7 5만대 예약판매 매진 시간은 15분이었다. 아이폰6S는 이보다 빠른 10분이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예약판매 수량, 마감 시점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매년 아이폰 예약판매 때마다 발생하던 홈페이지 마비 사태도 없었다.

유통점은 실망했다. 매년 인기를 끌었던 아이폰 예약판매가 시작됐는데, 예년과 같은 분위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중균 전국집단상가연합회장은 “강변 테크노마트 등도 아이폰8 시리즈를 예약하러 온 고객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썰렁했다”면서 “온라인에서는 그나마 예약가입자가 있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는 정말 파리만 날렸다”고 토로했다.

아이폰8 시리즈 예약 부진 현상은 예견됐다는 게 유통점 중론이다. 아이폰8 시리즈가 전작과 차이가 없는데다 '아이폰X(텐)' 대기수요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대리점 관계자는 “지인 2명으로부터 아이폰8 예약을 받은 게 전부”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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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8 예약판매 첫 날, 휴대폰 집단상가에는 소비자로 북적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가격 책정도 이해불가

아이폰8 시리즈 이통사 출고가 책정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선 전작과 가격이 같거나, 내렸는데 우리나라에선 되레 가격이 올랐다.

256GB 용량 기준으로 아이폰7과 아이폰8 미국 출고가는 849달러다. 두 모델 가격이 동일하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이폰7이 113만8000원, 아이폰8이 114만2900원으로 다르다. 아이폰8 출고가가 전작보다 비싸다.

아이폰8 플러스도 미국 출고가가 949달러로, 아이폰7 플러스 969달러보다 저렴하다. 이대로라면 국내 출고가도 아이폰8 플러스가 아이폰7 플러스보다 2만원 이상 저렴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두 제품 가격은 128만3700원으로 동일하다.

이통사 관계자는 “(아이폰8 가격이) 미국과 차이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우리가 결정한 게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해, 애플의 기준이었음을 시사했다.

◇아이폰X? 정말 없어서 못 팔수도

유통점은 아이폰8 예약판매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아이폰X 대기수요가 많다는 점을 손꼽았다. 베젤리스 디자인, 페이스 ID 등 새로운 시도가 많았던 아이폰 10주년 기념에디션 모델에 수요가 몰릴 거란 예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희망의 끈'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유통점이 아이폰X 물량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서는 아이폰X 물량 확보에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방 유통점 관계자는 “지방에서도 아이폰8 시리즈 예약판매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면서 “아이폰X을 기다리는 고객이 꽤 있는 거 같은데, 미미한 생산량 문제 때문에 이통사로부터 물건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은 27일부터 아이폰X 예약판매를 받기 시작, 불과 2시간 만에 배송일정을 12월 1일로 변경했다. 애플로부터 물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식 출시일인 다음 달 3일보다 한 달가량 늦은 배송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생산량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해를 넘겨 아이폰X을 국내 출시할 수 있다”면서 “애플도 생산물량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인지, 출시일 확답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