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책금융기관 서류조작 파문...직원 813명 무더기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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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산하 금융기관 상공조합중앙금고가 실적 달성을 위해 서류를 무더기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공조합중앙금고(상공중금) 직원 20%가량이 징계를 받고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관리책임을 이유로 2개월분 급여를 스스로 반납하기로 했다.

26일 아사히·마이니치 신문 등에 따르면 상공중금은 25일 지진이나 태풍,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을 돕는 정부 저리융자제도 '위기대응업무'에서 전체 직원 20%가 연루된 대규모 서류조작 내용을 공개했다.

상공중금 자체조사 결과 일본 전국 100개 점포 가운데 97개 점포에서 4802건(융자액 2646억엔 약 2조6193억원)의 부정이 있었다. 서류조작 등에 직접 관여한 444명과 상사를 포함한 979명은 부정책임이 인정됐다. 퇴직자를 제외한 813명이 징계처분됐다.

사장은 물러나기로 했다. 상무 2명도 사임했고 전 경영진 7명도 보수를 반납해야 한다.

위기대응업무는 위기로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일시적 자금 지원이지만 상공중금 경영진이나 직원 실적유지 수단으로 전락하며 경기회복 뒤에도 예산이 투입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민간 금융기관과 경쟁하며 융자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썼다는 지적도 받는다.

적발된 부정 80%는 엔고나 디플레이션을 이유로 한 융자에 집중됐다. 위기대응업무 이외에도 '중소기업 월차 경황관측'에서도 조사표를 조작한 사례가 142건 있었다. 서류조작은 물론 고객 위조인감 날인도 적발됐다.

이처럼 융자서류 조작이 만연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아사히 등은 전했다. 경영진은 서류조작을 알면서도 목표치를 과도하게 잡았다고 한다.

상공중금은 1936년 중소기업에 대출과 채무보증 등 업무를 수행했으며 2008년 주식회사가 됐다. 정부 지분이 46.46%다. 그 후 늦어도 2015년까지 정부 지분을 처분해 완전민영화하겠다고 했지만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민영화가 유보됐다.

4100여명 직원 가운데는 사장으로 온 경제산업성 전직 사무차관 2명을 포함해 낙하산 인사가 많아 내부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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