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사회 논의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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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직후 통신비 인하를 위한 '사회 논의 기구'가 출범한다. 일종의 자문 기구다. 자체 결정권은 없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한다.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이 두루 참여하기 때문에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상임위를 압박할 것이다.

야당은 논의 기구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정부 여당의 뜻을 국민의 뜻으로 포장하기 위한 거수기 집단'이라는 과격한 비판마저 나온다. '보이콧'을 외친다. 여당은 갈 길 간다.

이런 식이라면 출범 100일 동안 논의 기구는 '갈등 기구'가 될 게 불 보듯 훤하다. 여당은 짐짓 '국민의 뜻'이라며 법안 통과의 당위성을 주장할 테고, 야당은 '입법부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할 것이다.

사회 논의 기구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얽히고설킨 통신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려면 각계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체계를 갖춘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 마침 4차 산업혁명, 5세대(5G) 이동통신 등 격변기다. 여기에 정치색을 입히려다 보니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는 것이다.

통신을 '정치 과잉'에서 구출해야 한다. 통신이 정치와 무관할 순 없겠지만 쌈짓돈 꺼내 쓰듯 정치 입맛대로 할 수 있는 것도, 해서도 안 되는 산업이다. 일구는 건 오래요, 망치는 건 한순간이다.

최소 필요조건은 논의 기구에서 '아마추어'를 퇴출하는 것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데도 위원에 뽑혔다면 '정치 차원의 배려'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보편요금제, 완전자급제 등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난제 투성이다. 투박한 메스로는 성공한 수술을 기대하기 어렵다. 논의 기구는 전문성을 겨루는 곳이어야지 목소리를 겨루는 곳이어서는 곤란하다.

논의 기구가 얼마나 중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느냐가 갈등의 크기를 결정할 것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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