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첨단 ICT 융합 제품으로 거듭나는 중고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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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생산된 스마트폰은 71억7800만대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평균 2년7개월. 우리나라는 이보다 짧은 2년2개월이다. 버려지는 중고 스마트폰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8% 안팎이다. 나머지는 책상 서랍과 장롱 속에 방치되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재활용은 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버려지는 스마트폰을 수거해서 희귀 금속을 분리한 뒤 재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에 도시 광산 광맥이 있다고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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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요즘은 버려지는 스마트폰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수거 과정이 간단치 않다. 어렵게 스마트폰을 수거해도 희귀 금속을 분리해 내는 회수 기술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최근 들어 중고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술을 탑재해서 상용화하는 중고 스마트폰 재활용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폰을 분리해서 자원을 재사용하는 방법보다 효율이 높다. 폰을 재활용하는 기업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나중에 쓰임새를 다하면 다시 자원을 회수할 수 있으니 일거삼득이다.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 중고 스마트폰을 새로운 기기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다행히 스마트폰에는 통신 기능 외에 데이터통신, 카메라, 디스플레이, 각종 센서, 응용 프로그램 등 개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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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중고 스마트폰 재활용 기업은 여기에 다른 기술을 더해 자동차, 의료, 건설,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이모션은 얼마 전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에 미러링 접속 속도 및 끊김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추가,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을 개발했다. 기존 BMS와 비교하면 가격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버스, 택시, 특수차량, 화물차량 등에 손쉽게 응용할 수 있다. 조만간 폭스바겐에 탑재할 예정이다. 경북 영천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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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션이 중고 스마트폰을 사용해 개발한 버스운행관리시스템.

지에스아이엘은 중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 환경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삼성엔지니어링, 한라, 두산건설, 한양건설 등 건설 기업의 공사 현장 50여곳에 공급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 150여대를 건설 현장에 설치한다. 건설 현장의 이산화탄소·산소·온도·습도 등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위험 예측이나 알람 등을 통해 건설 현장 재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텔레비트도 중고 스마트폰을 내장한 스마트팜 '지킴이'를 개발했다. 하우스·축사 등의 이상 유무를 알려주고, 시설 내 온·습도를 분석해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관리자가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전국 농어촌에 보급하고 있다.

중고 폰이 독거노인용 안심 폰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아바드는 중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독거노인의 댁내 긴급 119 호출, 보호자 및 생활관리사 음성영상통화, 움직임 센싱을 통한 돌발 상황 감지 기능과 생활 패턴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는 독거노인 안심 폰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서울시 25개 구청에 950대를 납품했다. 내년에는 수도권 지역에 2000대 이상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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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드가 중고스마트폰을 활용해 개발한 독거 어르신 안심폰 서비스 플랫폼

로봇 기업 구루는 중고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용 로봇 '페디'를 만들었다.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놀아 주기, 먹이 주기, 침입자 감지, 경고 및 알람 전송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로봇이다. 벨류원에 올해 2000대를 우선 납품하고, 내년 4월부터 총 5만대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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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가 중고스마트폰을 활용해 개발한 반려동물용 로봇 '페디'

스마트폰은 소형 컴퓨터다. 잘만 활용하면 산업 현장 곳곳에서 유용한 제품이나 부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이미 중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ICT 융합 제품을 개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김현덕 경북대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장은 “버려지는 스마트폰 재활용으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창의 제품 개발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이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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