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1953년 유엔 총회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 이용(Atom for Peace)'을 천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식에 결정타 역할을 한 원자력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시대가 열렸다.원자력은 에너지 밀도가 화석연료보다 약 100만배 높다. 핵 분열 시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원자력 기술은 반드시 입증된 기술(Proven Technology)만을 적용해야 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주기가 매우 길고, 혁신에도 미지근한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정부 출범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올랐다. 관련 기술로는 정보통신기술(ICT) 확장과 슈퍼컴퓨팅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3D프린팅, 로보틱스 등이 꼽힌다. 원자력 기술과 융합하면 원자력발전소 안전성의 괄목할 향상은 물론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많은 진전을 이뤄 낼 수 있다.
가상원자로 개발을 예로 들 수 있다. 슈퍼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구현이 불가능하던 다물리 현상을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한다. 대형 실험 장비를 통해 규명해야만 하던 각종 안전 현안을 손쉽게 해결한다. 활용성도 높아 신규 원자로 개발 분야 적용은 물론 교육 훈련 및 인력 양성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1979년 미국의 TMI,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등 기존의 원전 사고 대부분은 운전원의 오류에서 기인했다. 운전 절차서와 축적된 정상 운전·사고 데이터가 AI 기술과 융합하면 인간의 오류를 원천 방지할 수 있다.
운전원은 각종 센서로부터 주운전제어반(MCR)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토대로 원전을 운전한다. 발전소의 설계 자료, 발전소 운영을 통해 축적된 기기 고장 보수 및 유지 이력, 운전 및 사고 관련 빅테이터와 AI를 융합하면 원전 사고를 예측한다. 사고에 선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로봇 기술도 원전에 적용될 경우 매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사고 시 고온, 고방사선의 극한환경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할 경우 로봇을 활용해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작업자 피폭을 최소화하면서도 사고 확산을 막을 수 있다.
ICT와 로봇 기술 융합으로 원전 해체 작업의 안전성, 효율성,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체 현장 데이터의 실시간 상호 연동 및 통합 처리, 사이버 모델을 통한 공정 최적화, 원격조작시스템 통합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고정밀 원전 부품 개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이용한 방사선 기술 고도화 등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원자력 기술을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연계하면 국방, 의료, 육종 등 적용 분야도 확대된다. 원자력 배터리 기술은 최소 10년 이상 신뢰성 있는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극지, 우주 연구 분야 적용은 물론 공중 및 해저 드론의 동력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북한의 동향을 상시 감시해야 하는 국가 안보 분야에도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 분야에서 방사선 반응에 대한 유전 정보를 빅데이터화, AI와 결합하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AI 로봇 기술은 주변 정상세포·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고정밀, 저피폭 진단·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다. ICT 기반의 유용돌연변이체 선발 시스템 구현을 통해 스마트파밍 또는 플랜트파밍이 가능한 농작물 품종 개발이 가능하다.
원전 개발 역사를 살펴보면 안전성 강화를 위해 각종 장치를 보강하면서 건설·발전단가가 지속 상승했다. 신기술 개발 시 인허가가 쉽지 않아 실제 적용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대체로 저렴한 기술로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 ICT 기반 기술은 효과도 명확하다. 인허가 관점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원전 분야에 접목하면 안전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가능하다. 원자력계는 발상을 전환,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다각도의 과감한 융합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기술 혁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개발(R&D)을 추진해야 한다.
박홍준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junny@nr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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