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에 발목 잡힌 LG·삼성 현지 배터리 공장...현대차·BMW 공급기지로 전환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멈춰 선 LG화학, 삼성SDI 중국 배터리 공장이 해외 물량 거점으로 전환된다. 지난해 말부터 갑작스런 중국 정부의 제재로 생산설비 활용 걱정이 컸지만 세계 전기자동차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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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중국 시안공장 입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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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중국 난징공장 전경.

삼성SDI 중국 시안공장은 BMW, LG화학 난징공장은 현대·기아차 위주의 배터리 물량으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1일 전기차·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중국 난징공장은 현대·기아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스포츠유틸리티(SUV)형 전기차 '코나', 기아차 '니로'용 배터리 생산기지로 전환했다. 삼성SDI 시안공장도 BMW 주력 전기차 'i3' 배터리를 전담한다. LG화학, 삼성SDI가 중국 굴지의 버스·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 20개 안팎의 공급처가 끊기면서 취한 우회 조치다.

일부 라인에선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양산하기도 하지만 이 두 회사의 물량이 대부분이다. 두 회사 모두 예년 가동률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공장 캐파는 2~3GW 규모로, 둘이 합치면 연간 10만대 분량의 배터리전기차(BEV) 전지를 생산한다.

배터리 업체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한국 배터리만을 배제한 중국 정부의 새로운 인증 규제로 현지 공급처가 끊기면서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마침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이 늘면서 예전 수준의 가동률을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시장을 공략할 생산 거점인 만큼 물류비용을 따지면 경제성은 분명히 떨어진다. 그러나 사드 보복 여파가 1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내린 결정이다.

삼성SDI는 중국 한가운데인 관중 분지 중앙에 위치한 시안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LG화학은 이보다 물류 상황이 나은 중국 동쪽 끝 난징에서 한국으로 물량을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에 SK이노베이션은 중국 4위의 베이징모터스그룹(지분 60%)과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사까지 설립했지만 그룹 전담 배터리팩 공장이어서 타사 공급이 어려워 수개월째 가동이 멈춘 채로 방치하고 있다. 베이징모터스는 최근 배터리 공급처를 SK이노베이션에서 중국 CATL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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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에 위치한 베이징모터스그룹 본사.

삼성SDI 시안공장은 BMW가 올해 초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뉴 i3'와 내년 초 출시할 2세대 모델 '뉴 i3s' 배터리 물량을 전담한다. LG화학은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내년 초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첫 SUV형 전기차 '코나'와 기아차 '니로'의 초도 물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게 됐다.

LG화학은 사드 보복 직전까지 중국 자동차 판매량 1위인 디이자동차를 포함해 상하이차, 창청자동차, 난징진룽, 장안자동차, 체리자동차, 둥펑자동차에 공급해 왔다. 삼성SDI도 위퉁, 포톤, 장화이자동차(JAC) 등에 각각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납품해 왔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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