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신용카드 무서명거래 사업' 분쟁이 공정위 제소까지 치닫을 전망이다.
당초 카드사와 밴사간 합의로 이뤄진 밴대리점 수수료 분담 조정안이 무너지면서 카드사와 밴사간 갈등이 터졌다. 수수로 분담을 중재했던 금융당국도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밴업계는 조만간 비씨카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비씨카드가 밴대리점 조정안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수수료 분담금을 낮춰 지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당국과 카드사, 밴사는 공동으로 5만원 이하 카드 거래에 대해 무서명 거래를 도입했다.
무서명 거래는 카드 결제 금액이 5만원 이하인 소액 거래를 할 때 이용자 본인 확인을 생략하는 제도다.
문제는 무서명 거래가 시행되면 가맹점 관리를 맡는 밴 대리점의 전표 매입 수거 업무가 사실상 필요 없어진다. 대부분 영세한 밴 대리점이 무서명 거래 도입 후, 도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어 이를 보존하기 위해 수수료 분담금 조정안이 나왔다.
카드사와 밴사가 전표매입에 발생하는 수수료를 보전해주기로 합의했다. 금융당국이 이를 중재했다. 세 주체가 서로 양보해 결제 1건당 발생하는 수수료를 카드사와 밴사·밴대리점이 절반씩을 부담하기로 했다. 1건당 수수료 36원 정도가 발생하는데 카드사가 18원, 밴사가 12원을 보존하고 밴대리점이 6원 정도 손실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비씨카드가 이 같은 합의를 깨고 최근 수수료 조정금액을 밴사 합의 없이 낮춰서 지급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비씨카드는 일반 카드사와 달리 '우리는 프로세싱 기업이기 때문에 절반 수수료를 줄수 없다'고 반발했고, 18원보다 낮은 금액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또 한차례 수수료 분담금액을 추가로 낮춰 아예 밴사에게 입금했다는 주장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중재로 합의서까지 작성했는데 비씨카드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낮춰 지급했다”며 “그럴 경우 밴사가 비씨카드의 분담금액까지 떠안아 지급하는 구조여서, 밴사 적자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씨카드가 낮춰 지급한 금액의 차액을 밴사가 매꾸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밴업계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다음주, 비씨카드를 공정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밴협회 관계자는 “카드사와 밴사, 밴대리점 3자간 협의를 반드시 해야하는 사안”이라며 “이처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해 입금까지 한 (비씨카드)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밴업계는 금융당국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중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비씨카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3자가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분담금을 조정했는데 이를 깨고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조정하는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 분담조정액이 법으로 정의된 것은 아니고, 영원히 유지되는 가이드라인은 아니다”면서 “수수료 조율에 미치는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금액을 조정했다면 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현재 상황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비씨카드는 “수수료를 인하해 통보한 것은 맞지만 그동안 밴사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자고 했고, 현재까지도 협의를 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수수료 인하액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만큼 밴업계와 충분히 논의한 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