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계열사 주식 매각 "경영권 포기?"…경영권 분쟁 새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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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처분하기로 하면서 2년 넘게 끌어온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롯데 주요 4개 계열사의 지주사 전환 결정으로 타격을 받은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주요 계열사 지분마저 처분하면서 경영권 포기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롯데지주 지분 경쟁에서 불리한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나 호텔롯데에 대한 지분 경쟁을 위한 '실탄' 마련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신 전 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 대부분을 매각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4개 계열사는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 합병안을 결의한 회사들이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8%, 롯데제과 4%, 롯데칠성음료 2.8%, 롯데푸드 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확한 매각 주식 거래 대금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약 7500억원 대로 추산된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롯데 지주 출범을 위한 이번 분할과 합병이 개별 주주들에게 이득이 없기 때문에 매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의 이번 매각 결정은 “단순히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 풋옵션(시장가격에 관계없이 특정 상품을 특정 시점과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결정으로 동생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린 신 전 부회장이 롯데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정리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상황에 한국 롯데 경영권은 신 회장에게 양보하는 대신 일본 롯데 경영권을 넘겨달라는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이자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한국 롯데 지분을 처분했다는 관측이다.

롯데그룹이 주주의 풋옵션 행사를 대비해 관련 자금을 미리 마련해 둔 것에 대해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간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 전 부회장이 7500억원대 현금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오히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계열사 주식을 팔아 마련한 '실탄'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추가 매입과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 연결고리인 호텔롯데 지분매입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 출범하는 롯데지주의 지분이 적어 계열사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것 보다 향후 호텔롯데나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분 경쟁을 대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 최대주주인 광윤사 지분 28.1%를 갖고 있다. 이는 단일 주주로는 신 회장보다 많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이번 롯데그룹사 주식 매각은 경영권과 관련된 모든 사안과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경영권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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