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혁신도시 10년,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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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과 10년 만에 언덕배기 배 밭이 고층 빌딩 숲으로 변했다. 논밭은 온 데 간 데 없고 대규모 아파트와 상가가 빼곡히 들어섰다. 전남 나주시 금천·산포면 일원에 조성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의 모습이다. 2014년에 비해 이곳 인구 수는 6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 연말에는 3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형적으로는 어엿한 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KTX, SRT고속철 등 광역망이 대폭 확충돼 서울 등 수도권과 하루 생활권이 가능하다.

#2 지난 2014년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40대 후반 A씨는 아내와 중·고에 다니는 자녀를 서울에 두고 3년째 홀로 생활을 하고 있다. 대신 매주 주말이 되면 서울 집으로 간다. 한창 사춘기인 딸과 수험생인 아들을 아내에게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솔직히 서울과 나주의 교육환경과 여건이 크게 차이 나 아이들과 함께 이주할 수 없었다”면서 “정년 퇴직때까지 이렇게 생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올해로 착공 10년을 맞은 빛가람혁신도시의 두 얼굴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10곳에 혁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어느 혁신도시든 새로 도로가 뚫리고 우뚝 솟은 공공기관 주변으로 대형 건물과 상가들이 빼곡하다. 혁신도시 땅값은 웬만한 도시보다 비싸다.

하지만 공공 기관 직원들은 아직 완전한 '도시의 시민'이 되지 못하고 있다. 매주 주말마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고단한 삶을 사는 '혁신 기러기'들이 부지기수다. 금요일 썰물처럼 빠져나가 월요일 새벽이면 다시 몰려드는 공공기관 직원들로 인해 혁신도시를 '주 4일 도시'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혁신도시를 실패작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르다. 더디기는 하지만 이전 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혁신도시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혁신도시 시즌2' 작업에 들어갔다. '미완의 혁신도시'이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혁신도시의 근간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이다. 노무현 정부때 시작해 이명박 정부의 수정안 파동으로 좌초 위기에 처하고, 박근혜 정부의 홀대를 받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이제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추진된 혁신도시는 지표상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전대상 공공기관의 혁신도시로의 이전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혁신도시 인력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공공기관의 지방세는 지자체 재정 자립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은 지자체들과 새로운 혁신산업을 만들어내고 '1사1촌 결연' 등 지역사회와 유대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빛가람혁신도시에서는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에너지신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전과 지자체는 2020년까지 에너지밸리에 500개 기업을 유치하고 3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들도 지자체, 대학 등과 공동으로 바이오소재, 농생명자재 등 농생명 산업을 육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진주혁신도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산업단지 재생과 새뜰마을, 마을연계형 공공주택 등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남동발전도 태양광발전기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 원주혁신도시에 자리잡은 한국관광공사는 침체된 관광시장을 되살려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도시 조성의 근본 이유인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산업용지나 클러스터 용지 분양률이 극히 저조하다. 혁신도시의 지역 인재 채용실적도 매년 나아지고 있지만 정부 시행령 권고 수준(35%)에는 한참 미달되는 수준이다.

또 인근 중소 도시에 비해 우수한 정주여건임에도 불구, 가족동반 이주율이 4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과 가까운 강원, 충북 등에서는 직원 대부분이 출퇴근하거나 '나 홀로' 이주족이 많다. 모두 혁신도시 조기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소다.

이 때문에 전국혁신도시협의회(회장 이창희·경남 진주시장)는 최근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5% 이상 의무채용 △지역공헌사업 법제화 근거 마련 △수도권 소재 신설 공공기관의 제2차 혁신도시 이전 △혁신도시 정주여건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국도비 지원근거 마련 등의 해법을 담은 협의회 명의의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혁신도시가 국가균형발전의 실효성과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이전기관과 연계한 산학연클러스터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 지자체가 중심이 돼 혁신도시와 클러스터 용지의 운영 활성화를 위한 구심체 역할을 하고 이전대상 공공기관과 연계한 외부의 유관 기관이나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소 등이 많이 입주한 혁신도시의 경우 연구개발특구에 준하는 세제 지원 및 부담금 감면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정홍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혁신도시내에 산업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혁신도시별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도시와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주도해 공공기관과 협력하는 공동사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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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2017.6월말 기준)>

출처 :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2017.6월말 기준)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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