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타트업도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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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환 팀터바인 공동대표

브랜드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경영 전문 용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가축에 표지를 달아서 남의 가축과 자신의 가축을 구별하곤 했다. 현대 기업에서 브랜드란 단어는 그보다 훨씬 고차원의 복잡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마케팅 관점에서 브랜드는 남의 상품이나 제품과 나를 구별하는 지표가 되는 무형 자산의 총체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20세기는 브랜드 시대였다. 지난날 마케팅은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경쟁자로부터 차별화하고자 하는 활동이었다. 마케터는 시장을 분류해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먹힐 만한 틈새시장을 찾고, 그 시장에 속한 고객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했다. 고객 머릿속에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충성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 내가 보이고 싶은 나의 모습을 남들에게 인식시키는 커뮤니케이션 과정,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였다.

그러나 스타트업 시대에서 전통의 브랜딩은 힘을 잃고 있다. 브랜드를 구상하고 구체화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제품 및 서비스 기획, 개발, 영업과 같은 비즈니스 필수 활동들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항상 부족한 시간과 인력에 쫓기는 스타트업에 브랜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전통의 브랜드 전략을 따라가는 대신 다양한 콘셉트의 프로모션 활동을 벌인다. 고객 반응을 측정해서 효율성이 가장 좋은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방식에 자원을 집중 투입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생겨나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서서히 다듬어 간다.

스마트폰에 심어진 개인 데이터를 추적, 수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이런 마케팅 트렌드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다. 모든 마케팅 활동이 데이터화되면서 정교한 타기팅과 성과 측정이 가능해졌다.

재능 기부 형태로 스타트업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만난 많은 스타트업이 이 같은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브랜드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방식으로도 초기 유저가 늘고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데 굳이 지금 브랜딩이 필요하냐는 것이 대다수 스타트업의 생각이다. 예산이 제한된 스타트업에게 높은 효율성이 주는 타깃 마케팅의 달콤함은 뿌리치기 힘들다.

스타트업에 브랜딩이 필요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조언한다. 스타트업도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더 효율 및 효과 높은 방법으로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브랜드가 없어도 초반 성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심화될수록 브랜드 힘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을 각각 승자로 만들어 준 것은 경쟁자에 없는 독특한 브랜드 전략 덕분이다.

브랜드 전략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고한 브랜드는 기업 내부로는 임직원을 일관된 기준에 따라 생각하고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고객에게 경쟁자의 제품과 서비스 대신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한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마케팅 환경 속에서도 브랜드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스타트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거칠고 먼 길에 브랜드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이유환 팀터바인 공동대표 teamturbine@teamturb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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