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높다. 많은 이들이 4차 산업혁명기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영역은 교육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교육으로는 미증유의 변화가 구현할 기회를 잡기는커녕 적응마저도 쉽지 않다.
우리 교육이 수직 점프를 해서 4차 산업혁명기가 요청하는 숙제들을 재빨리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교육은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해관계로 얽혀 서로 모순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영역이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의 대비를 위한 교육의 유연화, 개별화 등을 외치지만 각종 제도와 규제로 점철된 교육의 질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학교교육체제가 가진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기에 돌입한 한국 교육의 발전을 견인하는 길임을 전제하면서 혁신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교육과정 수권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기의 인재는 교과서상의 지식을 많이 암기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일반 교실수업을 보면 중앙정부-교육감-학교장 등 위계적 행정구조 속 최일선 작업계층(front-line worker)의 일원인 교사가 국가교육과정이 규정한 '진도'를 실행하는 수업과 이를 확인하기 위한 규격화, 표준화된 평가를 수행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교사는 정해진 진도만 나가면 된다.
창의적 융합수업을 위해 대부분 유럽국가가 시행하는 것처럼 국가가 교사에게 교육과정문서를 직접 교부해야 한다.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학습자료와 방법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줘야 한다.
둘째, '관료적 교사단'을 해체하고 '전문적 교사단'을 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사, 특히 국·공립학교 교사는 국가공무원이다. 순환전보체제에 따라 학교를 주기적으로 옮겨 다닌다.
특정학교의 교사가 아니라 교육청에 소속된 교사단의 일원으로서 특정학교에 잠시 배치된 사람이다. 특정 학년, 학급의 교사도 아니다. 매년 순환전보에 따라 어떤 학급도 제한을 두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담당한다.
관료적 교사단이 초래하는 결과는 교육과정의 추상화·기계화·파편화다.
학생별로 누가 어떤 개념을 얼마만큼 이해하는지, 어떻게 학습하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교사의 관료화다. 위계적 학교조직과 각종 업무처리시스템은 마치 교사를 행정관서 공무원으로 대우한다. 시스템 선진화로 업무시간 단축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교사의 수업활동을 빼앗았다.
결국 교사는 전문성을 축적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교단 교사로서 누려야할 보람과 긍지의 상실감은 정체성 위기로 이어진다.
교원 순환전보제를 개혁해야 한다. 가르치는 자부심과 보람을 추구하는 교사 개인의 전문성 향상에 초점을 둔 교단지원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교대 및 사범대 교원양성체제 개혁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교원은 1964년 제정된 '교원자격검정령'에 의거해 양성기관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이 임용시험을 거쳐 선발된다.
문제는 전공·교과별 장벽이 높고, 학문적 지식 함양 위주로 설계·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는 학교교육 현장과의 연계를 어렵게 한다. 직무동기 부여와 전문성 함양에 문제를 야기한다. 학생은 살아 있는 융합 학습을 원하는데 예비교원은 전공·교과별 분리된 상황에서 교사교육을 받는 상황이다.
그 한가운데에 지난 국민교육시대에 맞게 구성된 낡은 '교원자격검정령'이 있다.
학문과 전공 융합이 가능하도록 자율화하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교원자격검정령'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교원양성제도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기의 핵심기술이 변화시킬 우리 교육의 모습은 예단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창의적 미래 인재는 자율성과 전문성을 가진 교단 교사의 따뜻한 손길과 배려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바로 혁신 기술이 교육 속으로 나아갈 방향인 것이다.
장덕호 상명대 사범대학장, 교육학과 교수 pius@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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